햇빛이 사르륵 들어오는 카페의 풍경, 크레마가 가득한 커피, 반짝반짝 윤이나는 커피잔과 커트러리. 이 모든 순간,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아 두어야 했다. 카페는 시각적인 것에 영향이 큰 업종 중 하나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 갤럭시 유저다. 아이폰은 사진이 가장 분위기 있고 맛깔스럽게 나온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이폰을 생전 써본 적이 없어 사용하는 게 영 불편했다.
내 갤럭시 S10은 카페에서의 순간, 순간을 있는 그대로, 나름 잘 포착해준다. 내 딴에 갤럭시 S10이라는 최신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얼리어답터'까진 아니더라도 '멀리어답터'까지 되는 기분이 든다.
매달 새롭게 출시되는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 등 전자기기들의 홍수 속에서 나름 최신 흐름을 잘 타고 있다고 흥얼거려본다. 쏟아지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 나는 아직 뒤처지지 않았다고 자부해본다.
뭔고하니 블루투스 이어폰이란다. 가방 속에서 이 물건, 저 물건 다 휘감고 엉켜있는 내 이어폰이 생각난다.
'이참에 이어폰을 바꿔볼까?' 나는 네이버에 들어가서 '에어팟'을 검색해보니 최저가 149,900원?!!! 무슨 이어폰 하나에 149,900원?!!
나는 못 볼 거를 봤다는 듯 검색창을 꺼버렸다. 무섭다 정말. '에어팟'이란 존재를 알고 나서는 그게 눈에 점차 잘 들어왔다. 카페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들 귀에 한쪽이나 두쪽에 꽂혀있었다. 처음에는 '와, 이 물건이 이어폰을 대체해버렸구나'라는 생각에 놀랐다면, 지금은 짜증 난다.
지금 같은 상황에 특히. 그것도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이 상황에 특히!
"손님, 아메리카노는 따뜻하게 드릴까요? 아님 시~원하게 드릴까요?"
"아메리카노요"
"네, 아메리카노 핫으로 드릴까요 아님 아이스로 드릴까요?"
"..."
"손님?"
"네?"
에어팟을 끼고 나타나는 손님마다 대부분 이런다는 거다. 게다가 이놈의 에어팟은 선이 없다 보니 꼭 한쪽이 사라지는 손님이 등장한다. "오른쪽 에어팟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카페에 있어요?" 찾아보고 있으면 연락드린다고 해도 손님은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혹시 다시 찾아봐주시면 안 될까요?" 절박한 마음을 알기에 다시 한번 찾아봐도 없는 물건은 없다.
"다시 찾아봐주세요." 충분히 이해한다. 콩나물 두 알에 15만 원에 육박하니, 한쪽만 해도 7만 5천 원이 넘어버리니까. 7만 5천 원을 바닥에 버렸다고 생각하니 내가 눈물 나고, 내가 안쓰러워 죽겠다 정말.
에어팟으로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는 대신, 현실에서의 대화가 주는 도란도란한 소리들을 못 듣게 된 건 아닐까. 에어팟이 주는 편리함에 속아, 내 귀가 지금 닫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닐까.
고작 이어폰일 뿐인데, 잃어버리면 그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리게 되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주렁주렁 '줄'이 달린 내 이어폰에 만족하기로 했다. 언제건 '줄'을 잡아당겨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0.5초 만에 뺄 수 있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케이스에 끼워 넣는 게 아니라, 그대로 휙휙 손에 감아 빼고 가방에 욱여넣을 수 있다. 꺼낼 때는 가방에 빠꼼 빠져나와있는 '줄'을 주욱 잡아당겨 그대로 빼낸다.
이어폰에 달린 '줄'이 주는 불편함이 오히려 내게는 감사함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무엇보다도 15만원을 아끼게되서 행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