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27 과일 🍓🍌
할인점에서 필요한 물건 다 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올 때였다. 앞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스치듯 바뀌는 광고판이 스쳐 지나는 나를 멈추게 했다.
‘황금 당도, 차원이 다른 당도의 품격’. 속으로 ‘미친놈들’하고는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광고판 앞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었다. 할 이야기가 많다.
과일은 당도가 중요하다. 단맛 때문에 먹는 게 과일이다, 그렇게 다들 생각한다. 또 그렇게 이야기한다. “황금 당도는 철저한 관리와 사전 검증 절차를 통해 품질이 차별화된 고당도 브랜드입니다” 그들의 자랑이다. 빠진 것이 있음에도 알지 못하는 듯싶다.
당도만 좋으면 과일이 맛난 것으로 생각하는 건 1차원적 생각이다. 과일은 신맛이 있어야 단맛이 산다. 과일 바이어 2~3년 차만 되더라도 이해할 것이다. 저 글귀는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와 협의할 때 들어갈 문구를 달라고 했을 것이다. 협조 요청온 것을 신입을 시켰거나 아니면 아예 마케팅에서 좋은 말만 고르다 보니 반쪽 문구가 되었을 거로 추측한다.
‘당산비’는 모든 과일은 아니지만, 과일 맛 선택의 기준이다. 신맛이 나는 유기산 비율과 당의 비율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정확한 숫자는 없다.
단맛을 최대로 올린 타이벡 감귤, 당도 브릭스가 16도 이상 나오는 감귤을 먹어보면 달다. 단데 심심하다. 그 이유가 신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2월에 수확하는 감귤은 당도는 떨어져도 맛은 더 좋다. 당도가 11브릭스 나오는데 실제 느끼는 맛은 그 이상의 단맛이다. 단맛 뒤를 신맛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8월, 9월 아오리는 새콤하다. 단맛이 있어도 신맛이 강하다. 11월의 부사나 감흥은 달콤한데 새콤함이 달콤함 뒤에 있다. 하나 먹을 거 두 개 먹는 마술을 부린다. 실제로 10월에 감귤 사서 딸내미를 주면 하나 먹고 만다. 12월에 수확한 것은 몇 개를 그냥 먹는다. 신맛이 부리는 마술이다. 과일이 단 것이지 맛있는 것은 아니다.
당도만이 과일 선택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양이나 크기도 그렇다. 속내에 어떤 조화로운 맛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가령, 신맛이 없는 사과는 달고 단 바나나와 망고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이다. 식감만 차이 날 뿐이다. 과일은 당도만큼 신맛도 중요하다. 과일 뭣이 중헌디 생각해보면 답이 있다.
황금 당도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신맛이 있어야 한다. 당도 측정의 브릭스는 참고 자료일 뿐 절대 수치는 아니다. 과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신맛은 모든 요리의 중심점이다. 신맛을 잘 쓰면 요리가 깔끔해진다.
짜고 달기만 한 음식이 식초 한 방울에 차분해진다. 떡볶이를 주문해 한 번 먹고 난 후, 식초 넣고 먹어보면 전과 맛이 달라져 있다. 매운 라면도 가능하다. 따로 노는 맛을 한자리에 모아 주는 역할을 신맛이 한다. 맛 뭣이 중헌디 알면 신맛,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