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비린내 나는 아빠
🔗아빠가 출근을 안 했다 (1)
🔗아빠가 출근을 안 했다 (2)
를 읽으시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제 나는 아빠가 했던 일을 스스로 하기 시작한다.
카페 문을 열고 환기시키기, 테이블보 털기, 바닥 청소기 돌리기, 밀대로 바닥 닦기, 유리창을 닦고 커튼을 치기, 음료 냉장고 닦기 등ㅡ 혼자서 하다 보니 청소하는데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제는 2시간씩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 청소를 마무리하고 청소도구를 정리한다.
그동안 아빠가 어디선가 하나 둘 가져온 청소도구들이 한가득이다. 유리창을 닦는다고 모아놓은 신문지, 수건을 반으로 잘라 놓은 걸레들, 누가 갖다 버린 걸 주워왔는지 상처가 가득한 청소기.
청소도구 하나로 아빠의 성격이 다 보여서 웃음만 나온다.
아빠가 보고 싶다.
우리는 아빠가 이만 포기하길 바랬다. 먼 이웃 친척은 아빠를 비난했다. 군대에서 35년 있었으면 연금 받고 살면 되는데, 왜 자꾸 바다로 오겠다고 하냐고.
우리도 아빠를 뜯어말렸다. 그동안 고생했으면 이제 좀 쉬고,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그런데도 아빠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시간 때우는 삶은 사는 것 같지 않다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사는 사는 삶은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숨 가쁘게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남은 게 없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땅도, 집도, 재산도 없다.
그래서 아빠는 더 귀어를 고집한다. 바닷가에서 터전 잡고 살면서 자식들 손 벌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손녀와 손자들을 데리고 뻘에 게를 잡으러 가는 상상을 해본다. 그것밖에 줄게 없어서, 그것만이라도 물려주고 싶어서 더 고집을 부려본다.
생각해보면 아빠도 분명 몇 번이나 군대를 그만두고 뛰쳐나오고 싶었을 테다. 어떤 곳보다 폐쇄적인 군대라는 조직이 답답했을 테다. 하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았겠지.
아빠가 걱정돼서, 아빠가 멀리 가는 게 싫어서 한사코 반대했다. 하지만 아빠라는 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대가 어려웠다.
군대라는 조직을 나와서 본인 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싶어 하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믿고 응원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가장 익숙해지기 어려운 건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아빠랑 카페 청소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그 찰나의 순간.
회사 다니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려웠던 아빠. 아빠를 그렇게 자주 볼 수 있었던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