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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인간
서점겸카페 사장님의 하루

임대차 갱신계약, 미래의 용기

2022.12.10

가방 속에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그리고 인주가 털털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인감'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주는 묵직함으로 괜히 가방을 꽈악 움켜쥐게 한다. 살면서 생각보다 인감도장을 쓰는 일이 많지 않은데, 오늘은 바로 임대차 계약을 두 번째로 갱신하는 날이다. 

 

임대인이 미리 도장을 찍은 상태라 계약은 빠르게 끝났다. 임차인 자리에 인감을 찍고, 몇 장의 계약서에 간인을 하고 나니 5분도 채 안되어 계약이 끝났다.

이로서 나는 앞으로 2년의 시간을 더 이 공간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내 손에 쥐어진 한 부의 갱신 계약서를 꼬옥 쥐고 나는 우두커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을의 하늘은 높고 또 높아서 닿을 수 없는 막연함을 느끼게 한다. 셔츠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줌의 바람은 곧 다가올 겨울의 계절을 대비하며 미리 내 몸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이내 머리 위로 쬐이는 햇볕을 통해 이윽고 봄과 여름. 그렇게 두 번의 다가올 사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


계약서를 들고 가게로 돌아오니
단골손님이 한 명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도 건네지 않고 손님을 향해 대뜸 이렇게 말해버린다.

"저, 오늘 임대차 계약 갱신했어요."


이런 나를 두고 손님은 가볍게 내 어깨를 두들겨준다.

"이곳에서 당신의 삶을 4년을 보냈는데, 앞으로 2년간 또 저당 잡혀버렸네?"


우리는 서로 웃으며 차를 마셨고, 갱신계약을 기념해 떡볶이와 순대를 나눠먹었다. 손님이 가고 한참이나 고요한 공간을 찬찬히 걸어보았다.

8평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찬찬히, 한 발, 한 발 걸어보면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두둑이 쌓인 많은 책들, 나의 작업공간이 되어버린 4인석 테이블 하나, 테이블 옆에 켜켜이 쌓여있는 A4 박스들, 길이가 제각각인 연필과 볼펜이 삐죽삐죽 꽂혀있는 정리함.

이 공간에는 나의 취향, 가치관, 이내 인생과 삶의 방식마저도 묻어있다.


<문장과 순간>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문장은 활자로 남지 않고 삶으로 들어와 순간을 주목하게 하고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 공간을 운영하며 읽었던 책들 속 문장들이 내게 그랬다. 손님들이 내게 건넨 한마디의 말들 또한 드라마 속 대사이자 하나의 강렬한 문장이었다.

4년의 오뇌와 치열한 고민 또한 그랬으며, 앞으로 내게 주어진 2년도 그럴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이 지금 여기이고,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다.


매 순간 살아내는 삶은 살아낼 만했으며, 살아갈만했고, 또 살만했다. 오늘을 기점으로 내게 주어지는 2년의 시간도 잘 살아내 보자.

잘 살아가 보자.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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