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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백과사전 <1편>

2023.09.25

냉면백과사전

<1편>


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1. 평범하지만 비범한 메뉴

미식가들은 겨울에 먹기 가장 좋은 메뉴로 냉면을 꼽습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만 메밀면을 후루룩 빨아 먹고 난 후 마시는 쓴 소주 한잔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네요. 혹시 사장님들 중 냉면전문점을 운영하시거나 곁들임 메뉴로 냉면을 판매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이번엔 냉면 아이템에 대한 긴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냉면이지만, 깊게 들여다볼수록 오히려 비범한 메뉴라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혹시 아나요? 이번 냉면 시리즈가 끝날 무렵, 멋진 냉면 아이템을 구상하게 될지 말입니다.

재밌는 냉면의 역사

얼음이 귀하던 시절, 한겨울 동치미 국물에 투박하게 뽑은 메밀국수를 넣어 먹었던 것을 시작으로 우리네 국수 역사는 다양한 형태와 갈래로 발전해왔습니다.

다채로운 한식의 집합체였던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여름철이면 왕의 기를 보하기 위해 냉면을 비롯한 찬 음식에 특별히 신경 썼다고 하니, 어쩌면 찬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니즈는 DNA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차가운 면 요리는 국내 외식시장에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매력 있는 스테디셀러고, 동시에 웬만한 내공과 노하우로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운 창업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조선 말기의 기록을 담은 이유원의 <임하필기>>를 보면 조선의 23대 왕인 순조가 달구경을 하다가 궁궐 바깥에서 냉면을 포장해 먹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약 200여 년 전에도 테이크아웃이 가능했다는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냉면이 조선의 왕도 사랑했던 음식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면식(麵食)을 이야기할 때 결코 냉면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겠지요. 냉면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온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음식입니다.

완성도 높은 냉면으로 틈새시장 공략하라

‘냉면’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저마다 생각하는 음식의 형태는 각각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릇 밑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육수에 예쁘게 말아 올린 고운 메밀 면을, 어떤 이는 탱글탱글한 전분 면에 새빨간 양념과 간재미 또는 명태 무침을 얹은 비빔 냉면을, 또 다른 누군가는 머리가 쨍할 정도로 살얼음 가득 채워 차갑게 내는 새콤한 물냉면을 떠올리기도 할테죠. 각각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형태를 전부 냉면이라고 부릅니다.

냉면은 크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나뉩니다. 같은 냉면이지만 각각 먹기 시작한 유래나 지역적 특색,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방식이 전부 다릅니다. 사실상 찬 국물에 면을 말아먹는 형태 말고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평양냉면은 고기육수에 메밀 면을 내고,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낸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양념을 얹어냅니다. 함흥식 냉면에도 찬 육수를 얹은 물냉면이 있는데 고기 육수보다는 동치미 국물을 사용해 시큼 털털한 맛이 특징입니다. 각 냉면이 지닌 특징과 매력이 다르듯, 외식업소에서 접목하기에도 각 아이템이 지닌 경쟁력과 장단점이 다릅니다.

역사와 기품이 묻어있는 평양냉면

냉면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이 평양냉면입니다. 북한 평양 지역에서 먹기 시작한 평양냉면은 특유의 밍밍하면서도 담백하고 구수한 육수가 매력적인 음식으로 면 마니아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엔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1세대 정통 평양냉면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평양면옥과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 우래옥, 을지면옥, 필동면옥, 을밀대, 정인면옥, 평래옥, 남포면옥, 부원면옥 등 냉면 마니아나 웬만한 미식가들은 알 만한 냉면집들입니다.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 한국으로 넘어온 실향민들이 차렸다가 2대, 3대까지 이어가고 있는 유서 깊은 곳들이지요.

평양냉면, 언제부터 사랑받았나?

10년 전만 해도 이러한 평양냉면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주로 6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었습니다. 대부분 고향음식이 그리워 찾는 실향민들이거나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 맛이 좋아 단골이 된 노년층이었지요.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정통 평양냉면집을 먼저 알아본 이들은 미식가들과 면 마니아를 포함한 1세대 맛집 블로거들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맛집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1대 파워블로거로 활동했던 ‘건다운’ 박태순 씨는 “면 마니아들끼리 면 요리전문점 탐방을 다니다가 평양냉면을 알게 됐다. 처음엔 육수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다들 ‘돈 버렸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특유의 싱거운 맛이 자꾸 생각나 한두 번 먹다 보니 마니아가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1세대 블로거들의 맛집 포스팅과 입소문으로 점차 젊은 세대들이 평양냉면을 찾아 먹기 시작했고 5-6년 전부터는 20~30대 마니아층이 형성됐으며, 최근에는 평양냉면이 새로운 면식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 평양냉면은 ‘냉면 좀 먹을 줄 아는 이들의 음식’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급기야 ‘평양냉면의 참맛을 느끼려면 물냉면으로 먹어라’, ‘평양냉면 먹을 때 가위로 면을 자르면 아마추어, 식초와 겨자를 넣으면 하수’라는 무언의 공식이 생길 정도로 면마니아들 사이에서 신성화되기도 합니다. 그저 실향민들의 추억 음식이었던 평양 냉면이 면식계의 왕좌로 신분상승을 한 것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평양냉면, 정답은 없다

평양냉면은 크게 장충동과 의정부, 고깃집 고급 냉면 버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장충동 스타일은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과 진미평양냉면, 경기도 일산 대동관 냉면처럼 생수에 가까울 정도로 투명한 육수에 오이지와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을 고명으로 올려내는 것이 특징이지요. 의정부 계열은 ‘파 송송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스타일의 냉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면발이 가늘고 하늘거리며 돼지고기, 소고기 수육 위에 고춧가루와 채 썬 고추를 얹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평양면옥과 서울 을지로 골목에 있는 필동면옥이 전부 의정부 계열이라고 보면 됩니다. 1970년부터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정인면옥은 여의도점과 광명점을 각각 운영 중인데 여의도점은 장충동 계열로 광명점은 의정부 스타일의 냉면을 냅니다.

캡션1.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 장충동 계열의 냉면을 내는 원조집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닥을 보일 정도로 투명한 육수와 오이지, 돼지고기와 소고기 편육을 올려낸다>

캡션2.

<경기도 양주의 평양면옥, 아래는 의정부 평양면옥의 냉면이다. 같은 평양면옥이지만 냉면 스타일이 전부 다르다. 의정부 평양면옥처럼 파 송송 고춧가루 팍팍 뿌려내는 스타일을 의정부 계열 냉면이라고 한다>

물론 의정부나 장충동 스타일을 비켜 간 전통 평양냉면 집들도 있습니다. 서울 강동권 내 평양냉면 강자로 통하는 서북면옥과 염리동 을밀대, 남대문시장의 부원면옥, 을지로 만포면옥, 제기동 평양냉면은 육수가 뿌옇고 면의 질감이 투박하면서 식감은 쫄깃한 것이 특징입니다.

서북면옥과 을밀대는 육수에 살얼음을 띄워주기 때문에 여름에는 항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냉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차게 먹는 냉면이 싫은 어르신들은 얼음 없는 냉면을 달라고 많이들 주문한다는데요. 그래서 을밀대는 어느 순간부터 ‘거냉(얼음 없이 미지근한 상태로 제공하는 냉면)’ 주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캡션3.

<얼음을 빼고 제공하는 을밀대 ‘거냉’의 모습. 원래는 육수에 살얼음을 잔뜩 올려서 낸다>

캡션4.

<서울 강동권 유일한 평양냉면 강자로 통하는 서북면옥>

다음 시간에도 냉면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평양냉면 외 함흥냉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함께 대중의 사랑을 받고있는 대박 냉면집들은 어떻게 그 어려운 냉면을 만들어내는지 등 더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지니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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