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필이 한물간
전략이라고요?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께 ‘무한리필 서비스가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장님이 ‘언제적 무한리필을 이야기하느냐’며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무한리필은 한물간 전략일 뿐 아니라 그렇게 막 퍼주다간 식당이 망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른 무한리필 전략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실패한 무한리필에 대하여
우선 그 동안의 무한리필 방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고깃집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20년 전, 대학가 근처에 지겹도록 보이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돼지고기 무한리필’, ‘5000원에 소고기 무한제공’, ‘돼지고기 주문 시 뷔페 무료 이용…’.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겐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1000원짜리 지폐 몇 장만 내면 소고기, 돼지고기, 양념갈비 심지어 초밥이나 돈가스, 튀김류 등의 요리까지 무한대로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점심 먹으러 갔다가 저녁까지 해결하고 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오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외식시장에서 날개를 달았던 무한리필 고깃집들은 2~3년 안에 자취를 감췄지요.
그러다 6-7년 전, 잠잠하던 무한리필 고기 아이템이 다시 시장에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전과는 콘셉트가 조금 달라 보입니다. 스페인 듀록, 무항생제 얼룩무늬 돼지, 이베리코 등 고급 원육 종자를 내세운 무한리필이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상차림이나 사이드메뉴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원육도 아닌 ‘고급 종자’를 내세운 무한리필 전략이라니요. 한동안 무한리필 (고급)돼지고깃집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개중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사실 그들 역시 나름의 전략이 있었습니다. 저렴한 재료로 만회하는 저가형 무한리필이 아닌 프리미엄 무한리필을 표방한 것이죠.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그 역시도 롱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① 식당 장사의 본질과 어긋난다
그 동안 대부분의 무한리필집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잘 팔고 잘 남겨야 하는 식당 장사의 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업종과 식당 콘셉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식재료 원가율은 평균 25-30% 선입니다. 그러나 무한리필 전략을 쓰게 되면 당연히 그 이상이 넘어갑니다. 실제로 방문한 고객들이 준비된 재료들을 몽땅 주문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쉽지 않은 데다 남은 식재료는 처치 곤란입니다.
식당에서의 재료 손실은 바로 매출 손실로 이어지지요. 일반 기기나 기물이 아닌 이상 재고 정리를 따로 해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냉동해둘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 글쎄요. 냉동 상태의 재고를 쌓아가면서까지 무한리필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② 고객인 원하는 건 품질과 가치
예전 무한리필과 관련해 진행했던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응답자의 답변이 기억납니다. ‘지금이 보릿고개 시절도 아닌데 무작정 많이 퍼주는 집을 갈 이유는 없습니다’. 이 이야길 들으니 일정 가격만 내면 음식을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음식을 무한대로 제공하는 것이 무조건 구시대적이고 나쁜 전략이라는 이야긴 아닙니다.
그 전에 식재료의 품질과 맛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동반돼야 하는데 무한리필까지 해버리면 쉽진 않다는 것이죠. 양으로 승부하면서 수익을 내려면 재료 단가와 품질을 낮추는 수밖에 없고, 맛과 퀄리티가 떨어지는 메뉴를 무한대로 퍼준다고 해도 고객은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 집에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희소성의 가치가 떨어지면 고객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지요.
제값을 치르더라도 완성도 높고 전문성이 돋보이는 단품메뉴가 낫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패션뿐 아니라 식당에서까지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부분' 무한리필은 매력 포인트가 된다
무한리필에 대한 다른 관점의 이야길 한다면서 무한리필의 부정적인 측면만 늘어놓았네요. 지금부터 본론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메인메뉴를 통째로 무한리필하기보다, 주요 방문 고객층의 니즈를 세심하게 읽어낸 ‘부분적 무한리필’을 시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분적 무한리필이라고 하니 당장 이해가 어려울 수 있을 듯하네요.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례 1.
돈가스를 반찬으로 내주는 집 <광화문 이층집>
서울 종로구 삼겹살전문점 <광화문 이층집>은 광화문 상권 특성상 직장인을 타깃으로 점심 영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70평 규모의 매장에서 점심 매출만 200만 원 이상을 찍는다고 합니다. 우렁된장찌개와 제육정식 등 메뉴는 다소 평범한 편인데요.
직장인들이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점심메뉴 주문 시 각종 가정식 찬과 함께 돈가스를 반찬으로 내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자그마한 미니 돈가스가 아니라 성인 1인분에 해당하는 정식 돈가스입니다. 돈가스는 저녁 메인메뉴인 삼겹살과 목살, 기타 원육 작업 후 남은 자투리 부위를 등심 부위와 함께 섞어 만듭니다.
한 시간 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 동안 푸짐하게 먹길 원하는 직장인의 니즈에 부합한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반찬으로 돈가스를 주는 집’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광화문 이층집>은 삽시간에 직장인들의 맛집 성지가 됐습니다.
물론 이곳은 그만한 인력 시스템이 받쳐주는 데다 점심시간 한정으로만 돈가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저녁엔 육류 매출이 뛰어난 곳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매장의 시스템과 고객 니즈를 잘 해석해 센스 있는 부분적 무한리필 전략을 세운 것이죠.
<광화문 이층집> 부분적 무한리필 효과 √ 대표메뉴의 희소성과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센스 있다’, ‘푸짐하다’, ‘가성비가 탁월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 구현. √인력 시스템과 식재료 원가 등을 고려해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는 선에서의 메뉴 고안(호불호 없는 돈가스, 그것도 반찬으로 제공한다는 메리트 장착!) √점심 맛집이 차고 넘치는 광화문 상권에서 ‘돈가스를 반찬으로 주는 집’으로 통해 점심 매출 평균 150만원 상승. | |
부분적 무한리필에 대한 사례와 그 밖의 다양한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무한리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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