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 디자인
매출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매출이란 ‘손님 수×객단가’로,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손님 수를 늘리거나 객단가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바로 ‘손님의 방문 횟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식당 장사에서는 한 번 온 손님이 또 다시 방문하는 게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맨 처음 손님이 가게를 찾아오게 하는 일도, 한 번 방문한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하는 일도 결국에는 모두 ‘서비스’에 달려 있습니다. 이때의 서비스란 단순한 친절이나 미소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손님의 요구와 필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때그때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련의 과정들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손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이제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조차 소비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 및 편입되고 있는데, 손님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 장사라면 더욱더 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쟁 같은 외식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현성운의 서비스 교육
환대 Hospitality
환대Hospitality라는 단어의 어원은 ‘병원’을 뜻하는 ‘Hospital’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병원이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라면, 손님을 환대하는 서비스업은 ‘치유를 위한 배려’가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식당은 손님들에게 그러한 기능을 해야 합니다.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것일 수도 있고,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손님을 향한 배려를 통해 그들이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낀다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또 오고 싶은 곳이라 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오래 머물고 싶은 가게, 다시 찾고 싶은 가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가게에는 그곳만의 특별한 서비스 디자인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전국적인 맛집으로 유명한 두 군데 가게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운의 서비스 교육
담양 승일식당
담양에 있는 승일식당은 담양의 명물인 떡갈비를 굽듯 돼지갈비를 구워내는, ‘담양식 돼지갈비’를 파는 곳입니다. 너도 나도 떡갈비 판매에만 집중할 때 승일식당은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했고, 이 식당은 현재 연 매출이 수십억 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데도 승일식당의 사장 김갑례 대표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하게 드실 수 있을까?’ 돼지갈비를 아무리 잘 굽는다 한들 식어버리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김 대표는 늘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고민의 해결책을 발견해냈습니다.
승일식당에서는 손님이 돼지갈비 3인분을 주문하면 먼저 큰 접시에 2인분이 담겨져 테이블로 나갑니다. 그리고 손님이 2인분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나머지 1인분을 가져다줍니다. 여담으로 승일식당의 돼지갈비 1인분은 다른 고깃집보다 훨씬 더 양이 많아서 3인분을 주문한 손님이 2인분을 먼저 받아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승일식당에서는 음식을 제공하는 시점을 달리 함으로써 손님들이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게다가 손님은 1인분을 추가로 받으면서 마치 덤으로 서비스를 받는 느낌까지 얻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나머지 1인분을 올리는 타이밍은 어떻게 맞출까? 여기에도 승일식당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숨어있습니다. 이 식당은 입구 계산대 앞에 CCTV가 세 대 놓여 있습니다. 물론 손님을 감시하려는 용도는 아닙니다. 이는 ‘서비스 사이언스 Service science’ 기법 중 하나로, 손님이 무언가를 요청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제때에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입니다.
김 대표는 이 CCTV를 통해 손님의 식사 속도를 파악하고, 드시던 고기가 떨어지기 직전에 따뜻한 1인분을 제공하여 손님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고급 호텔에서 코스요리의 서빙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CCTV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전략인 셈이죠. 최근에는 고기를 먹는 내내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하게 드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기그릇 밑에 워머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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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현대옥
주방의 소음을 경쾌한 리듬으로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인 현대옥은 1세대 양옥련 여사에게 2세대 오상현 대표가 직접 비법을 전수받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전시킨 곳입니다.
현대옥은 세대교체 후에도 이전과 동일한 조리 방식과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며 손님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언젠가 오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현대옥 국물 맛의 핵심은 마늘을 즉석에서 다져 넣는 것입니다. 처음 그 맛을 지키고자 예전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죠. 고객 눈앞에서 마늘을 다질 수는 없기에 주방에서 작업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 마늘 다지는 소리가 손님들에게는 자칫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소음으로 인식되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오 대표는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경쾌한 리듬이라면 손님들 에게 듣기 좋은 소리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그는 사물의 다양한 소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오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마와 칼이 부딪히면서 내는 모든 소리를 조합해보다가 결국 ‘쿵쿵쿵-닥닥닥’이라는 리듬을 발견했습니다. 이 소리가 듣기에 가장 좋더라고요. 그리고 마늘을 즉석으로 다져 넣는다는 안내 포스터를 만들어 전 매장에 부착했습니다. 그 결과 손님들은 주방과 홀을 가득 채우는 이 소리를 현대옥이 옛 맛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좋게 받아들여 주셨지요.”
맛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손님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서비스는 나보다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에 체계적인 실행 매뉴얼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손님에게 사랑받는 가게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손님의 마음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가게로 기억되고 싶다면, 그들이 가게에 머무는 시간과 상황, 동선 등 서비스의 전 과정을 점검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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