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 VS 권리
충돌시 해결방안은?
노숙자 행색을 한 사람이 가게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고민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관련하여 저는 음식점 사장님들과 이 주제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노숙자 행색을 한 사람이 가게에 식사를 하러 왔습니다. 옷은 더럽고 악취가 납니다. 사실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이때 홀은 꽉 차 있고 정 중앙에 한 테이블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미지 출처: SBS 드라마
"저희 같은 지방에선 진흙 가득한 장화를 신고 오시거나 돼지 농장을 하시는 분들이 자주 오십니다. 사실 난감한 부분이 있지만 고객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대응합니다. 그리고 전 웬만하면 대접하고 있습니다. 밥장사하는 사람이 먹는 걸 가지고 논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
"정중하게 사실을 말씀드리고, 방이나 직원 휴게실 같은 다른 공간을 찾아서 대접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손님은 돈을 내고도 다른 손님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다음번에 홀에서 식사하고 싶으시면 00 시에 방문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홀에 충분히 여유가 있는 시간이나 정 안되면 브레이크 타임을 알려드리면 어떨까요? 그 시간에 식사하시는 다른 손님들에게는 너무 눈에 띄게 사과하지 말고 조용히 무료 서비스를 추가해 드리고요." *식사 종료 후 청소와 환기하는데 드는 시간도 고려 | |
"행색이 초라하든 냄새가 나든 우리 식당을 방문한 고객이니 차별 없이 대하겠습니다. 설사 그분이 식사 후에 돈이 없어 못 낼 지라도요. 먹는장사는 이윤을 따지기 전에 많이 베풀고 나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네요. 먼저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손님 손님은 손님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받는다고 이야기해야겠지요. 2.가게 하지만 나의 가게가 갖고 있는 서비스철학이 있다면 그에 맞춰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게의 접객 매뉴얼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특수상황에 관한 매뉴얼은 거의 부재가 많겠죠. 노숙자를 위한 식당도 있고, 고급 메뉴를 파는 식당도 있는 것입니다. 질문에 가게의 상황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얼마 전에 육백 마지기에 무 뽑으러 가서 온몸에 흙먼지 묻힌 채로 식당 가는 게 미안해서 옷 갈아입고 가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었네요." | |
"그분도 중요한 손님이시지만, 식사하고 계시는 다른 손님도 중요한 손님들이지요. 돈과 행색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 어떤 고객의 듣기 불편한 말이나 행동이 다른 소중한 고객의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면, 이 또한 사장 입장에서 중재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지켜드려야 하는 것 아닐지 생각됩니다." | |
"안 받는 게 맞죠.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가는데 대신 저 손님에게 기다렸다가 손님이 빠지면 그때는 식사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겠네요. 행색이 허름한 건 문제가 아닌데 악취가 난다면 안되죠." | |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 이유를 설명해 드리고 무상으로 테이크아웃해 드립니다. 또는 외부에서 식사할 수 있게 야외테이블 해 드립니다. 물론, 이 경우도 무상입니다." | |
" ‘We do have right for Refusing service.’ 라는 문구를 메뉴에 써야죠. 하지만 그것도 착석 후이니, 손님의 구색으로 차별할 수는 없습니다. ‘Don’t judge the book by the Cover’라는 문구 또한 코트룸에 써두어야죠. 여벌의 재킷을 준비하여 그런 순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 |
"저는 행색이 초라한 일행 두 분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돈이 없다. 밥 좀 달라'라고 말하셔서 '배고플 텐데 돈 없어도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했더니 다른 자리 사람들이 서둘러 나가더군요. 아직도 답은 희미합니다." | |
"저는 10여 년 전에 매장에 식사를 달라고 온 사람을 매몰차게 거절한 적이 있어요. 당시 상황도 좋지 않아 예민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보고 있던 초등학생과 엄마가 있었어요. 엄마가 아이에게 삼만 원을 꺼내더니 나가서 주고 오라더군요. 그날 전 창피함에 벌거벗은 느낌이었어요. 현재 수원 매장은 가끔 노숙하는 분들이 오는 데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돈은 주는 데로 받고 안내도 그냥 보내드리라고요. 서비스와는 별개의 문제로 봅니다." | |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하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에 상관없이 모두가 소중한 고객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미 착석해 있는 홀 안의 다수 고객도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게 식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와 권리가 충돌했을 때 사장은 둘 중 어느 것을 취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왕이면 더 큰 가치를 선택해야겠지요?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했을 때, 이 방법이 최선이 아닐지 조심스레 판단해 봅니다. 고객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괜찮으시다면 포장해 드리는 것입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홀에서 식사를 모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미 식사 중이신 다른 고객들에게 불편하게 할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고객님께서 드시고 싶은 메뉴를 포장해 드리면 어떨까요?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그 고객은 어디를 가던지 환영받지 못할 테고, 적어도 식사만큼은 거르지 않도록 챙겨 주고픈 마음에서입니다. 서비스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더 나은 최선의 방법을 찾아 연구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시노트 사장님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훈훈한 미담 하나 공유합니다.
용산 삼각지역 인근의 옛집 국수는 30년 전 있었던 따뜻한 미담으로 유명합니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아내에게 버림받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남자가 있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 근처 식당을 돌며 구걸했지만,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답니다. 두들겨 맞기도 했고 어딘가에선 개를 풀었다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남루한 몰골의 그를 웃으며 손님으로 맞아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먹던 그가 안쓰러워 다시 국물과 삶아 국수를 푸짐하게 담아준 할머니였는데, 그는 할머니에게 감사함을 표하기는커녕 할머니가 국수 삶은 틈을 타 죽어라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그때 도망가는 그에게 할머니가 말했답니다. “그냥 가! 뛰지 말아!!! 다쳐요.” 할머니는 자신이 돈을 내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도 친절하게 맞아 주었고, 국수 한 그릇을 더 퍼주며 웃어 주었습니다. 배은망덕하게 말 한마디 없이 도망갈 때도 뛰지 말라고 외쳐준 것이었죠. 그날 아저씨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여 용산역 앞에서 펑펑 울었고 얼마 뒤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혈혈단신 이민을 떠나 15년 후 큰 성공을 했다고 합니다. 출처 : 김형민 PD의 배부른 식당 | |
날은 춥지만, 따듯한 하루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