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사전 지급은 법적으로 효력 없어
'퇴직금 중간정산제도' 이용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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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퇴직금을 미지급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 그가 지방 노동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른 시일 내로 직원에게 밀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부득이 형사 고발 조치된다"는 취지였다.
얼마 전 퇴사한 직원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하다. 해당 직원에게 이미 매년 연말마다 퇴직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일 년에 한 번씩 퇴직금을 정산받고 싶다"는 직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A씨에겐 당시 작성했던 퇴직금 합의서도 있고, 이체 내역도 남아있다. 그런데도 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하다.
사전 퇴직금 합의는 법적으로 효력 없다
변호사들은 "우선 법적으로 퇴직금 전액을 다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맞는다"고 했다. 퇴직금을 연말마다 나눠서 지급한 것은,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퇴직금은 직원이 '퇴직할 때' 받아 가는 것"이라며 그전에 지급한 돈은 법적으로 '퇴직금'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퇴직금 지급 청구권'은 근로관계가 종료될 때 발생하므로 → 매년 연말마다 퇴직금 명목으로 이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 이 돈은 퇴직금으로써 인정받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이로의 김수한 변호사도 "사전에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합의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법원도 A씨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에 대해 "강행법규에 위배돼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다90760). 강행법규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이 정한 대로만 효력이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효력 가지려면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 이용했어야
변호사들은 이 경우엔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를 이용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퇴직금을 사전에 지급했더라도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중간 정산제도는 근로자에게 '퇴직금 중간 정산 사유'가 있을 때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받을 수 있는 제도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근로자가 신청서와 함께 중간정산 사유별 증빙서류를 사측에 제출하면, 사측이 해당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을 한 뒤 중간정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중간정산 사유'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 등의 질병⋅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하는 경우 등이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이러한 요건 없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경우엔 "유효한 퇴직금으로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금 전액을 다시 지급해야 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즉, A씨는 직원에게 퇴직금 전액을 일단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A씨의 입장에서는 퇴직금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게 된다.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있으니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그렇진 않다"고 하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통해 이미 지급했던 돈을 돌려받으라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퇴직금 분할 약정이 무효라면, 직원이 그 약정에 따라 사전에 받은 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취한 이득(부당이득)이 된다"며 별도의 소송을 통해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2022. 08. 08 17:24 작성 | 최회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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