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홈
외식업
황광해
음식 인문학 전문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소금 이야기-4편

2022.11.29



알아두면 쓸모 있는 소금 이야기

4편 - 천일염의 '불순물’에 주목하다




사라지는 염업사, 자유로워진 소금 거래


‘염업사(鹽業社)’는 전매 제도 아래 소금을 생산, 유통하던 조직인 ‘소금 전매 판매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했다. 전매 품목인 인삼, 담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관처럼 소금은 염업사🏠에서만 팔았다.

하지만 이제는 천일염의 주요 생산지, 유통 기지였던 목포에도 염업사가 거의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곳은 ‘흥농염업사’다. ‘흥농염업사’는 고 최기철 씨가 창업, 운영했던 ‘소금 파는 가게’다. 지금은 둘째 아들인 최완수 씨가 아버지를 이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염업사가 사라진다는 것은 소금이 전매가 아니라 자유로운 거래 품목이 되었다는 뜻이다.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나 소금을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여러 종류의 소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외국산 소금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다.



긴 세월동안 연구할 수 없었던 천일염


최기철 씨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운 좋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소금 전매 제도와 천일염의 역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

최기철 씨는 목포 시청 ‘염업과’ 직원 출신이었고, 퇴직 후에는 소금 생산자, 판매인, 염업사 운영자로 일생을 보냈다. 그는 국가 전매품 시절 이후, 천일염 광물질 지정, 천일염 비식용 지정, 그리고 천일염 유해 논쟁까지 모두 겪었다. 천일염, 염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우왕좌왕하던 시절을 모두 겪었기 때문에 그는 천일염과 ‘전매 제도’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천일염에 관한 오랜 논쟁으로 제법 긴 세월 동안 천일염에 관한 연구는 할 수 없었다. 그는 노년이 되어서야 천일염과 정제염을 둘러싼 연구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천일염을 식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도 유럽, 미국 등 서구에서는 천일염을 식용으로 여기지 않는다. ‘바다 소금’이라는 뜻의 ‘천일염(sea salt)’은 목욕할 때 사용하거나 식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

이 곳에서 식용 소금은 모두 정제염이다. ‘게랑드’ 소금이나 몇몇 천일염이 예외일 뿐, 여전히 정제염만을 식용으로 여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식용 소금으로 거의 정제염을 사용한다.🧂

한반도에는 천일염을 권했지만 정작 일본은 자신들은 정제염 공장을 세웠다. 그 후로 오랫동안 일본은 정제염 국가였다. 일부 천일염 생산이 있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 1960년대 초반까지도 천일염을 먹었던 일본은 그 후 정제염의 나라로 바뀌었다. 천일염을 버렸으니 연구 성과 또한 거의 없다.



염분 100% 정제염


정제염은 100% 염분, 염화나트륨(NaCl)이다. 성분에 대하여 조금도 의심할 것이 없다.

또한 천일염보다 가격도 싸고, 공급도 원활한 편이다. 전 세계 어디든 바다가 있는 곳에서 기계 설비와 공장만 차리면 소금 생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제염은 공장 규모만 키우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제염 생산 후, 만성적인 소금 부족은 면할 수 있었다. 🏭

 

"정제염도 천일염과 같이 바닷물로 만드는데 왜 불순물이 없을까?"

정제염은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 이온을 구한 다음, 이온을 재결합하여 소금으로 만들거나, 곱게 여과해서 이물질을 완벽하게 걸러낸 후 소금 결정체를 얻는 방식이다. 정제염에는 이물질, 불순물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색상도 맑고 희다.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소금이다.

 



정제염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천일염


소금 논쟁의 핵심천일염의불순물’이다.💦 이에 대한 지적은 오랫동안 있었다.

천일염은 정제염에 비해 불순물이 많고 생산 과정도 깨끗하지 않아 정제염 옹호론자들은 천일염을 '비위생적 소금'이라 말한다. 천일염에 불순물이 많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천일염에 불순물이 있는 이유]

✔ 바닷물과 바다에 흘러드는 물에 각종 오염물질과 불순물이 있다.

✔ 소금을 만드는 염전은 대부분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청결하지 않다. 

✔ 바닷물이 오가는 수로도 역시 흙이고 잡초가 자라기도 하는데, 이 잡초를 제거하려고 한때 농약을 사용하기도 했다.


우선 바닷물이다. 바닷물에는 각종 병균과 인체에 해로운 여러 종류의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정제염은 모든 불순물을 없앤 후 만들지만, 천일염은 그렇지 않다.🌊

또한 예전과 달리 바다에 흘러드는 물부터 이미 오염되어 있다. 이런 성분들이 모두 바닷물의 구성성분이 되기 때문에 바닷물을 제대로 정제하지 않고 소금을 만들면 천일염은 위생적이지 않다.

더하여 염전의 청결도도 문제다. 농약이나 염전 바닥의 흙의 성분 때문이다. 

또한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이는 수로(水路)역시 흙이어서 잡초가 자라는데, 염전에 잡초가 자라면 소금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일이 수초를 제거할 수 없으니 농약을 사용했고, 이 농약이 염전 여기저기 뒹굴며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예전에 ‘염전의 농약병이 크게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천일염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천일염


천일염 옹호론자들은 이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천일염 옹호론자들은 “정제염이 짜기만 할 뿐 아무런 맛이 없다”고 말한다. 이른바 ‘2년 간수 뺀 천일염’을 고집하는 이들은 대부분, “2년 정도 간수를 뺀 천일염은 맛이 달다”고 말한다.

김치와 된장을 담가보면 확실히 다른 것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는 정제염과 천일염을 모두 사용해본 후 “발효식품들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정제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없”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맛평가가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본인들의 경험을 내세운, 과학적이지 않은 주장이다.


 

음식인문학 전문가
 황광해 의 소금 이야기 🧂


👉 소금 이야기 3편- 귀한 만큼 통제가 많았던 소금의 역사





댓글 0
최신순
오래된순
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