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입원기간 동안 돌볼 수 없는 가게는 굳게 문이 닫혀있다.
자영업자의 휴가는 이렇게 불시에 찾아오곤 한다. 밀폐된 병동생활이지만 몸에는 늘 때가 묻는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해도 '살아있다'는 상태는 똑같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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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오후만 되면 기름에 번들거리고, 몸에는 땀과 호르몬 냄새가 올라온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거미가 보인다. 작지만 다리가 굵고, 확실하게 나를 인식하고 있는 거미가 보인다.
남편도 없고, 이런 일로 간호사를 부를 수도 없어서 혼자 잡아보기로 결심한다.
근데 천장에 있는 걸 무슨 수로? 자연스럽게 나는 샤워 호스를 들고 물을 뿌렸다. 찬 물을 위로 아래로 좌우로 촥촥 뿌려봐도 거미는 흔들거리기만 할 뿐 떨어지지 않는다.
잔인하게도 나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뜨거운 물을 틀어 뿌린다.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풀 무장한 소방관 두 명, 경찰관과 보안요원 각 한 명, 간호사 대략 여섯 명이 방을 찾아왔다.욕실 내 화재감지기가 뜨거운 물을 화재로 감지한 것이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이 시간에 고생한 모든 분들께 죄송스럽고, 난 왜 이런 엉뚱한 실수가 많을까 한탄스럽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대환장 파티일까 울분이 차오른다.💦
자기 자신이 한심스러운 순간이 있다. 나는 그게 '이번 주' 전체였을 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는 없기에, 다음번의 내게는 조심하자고 다짐할 뿐이다.
참고로 거미도 아니었다. 안경도 안 껴서 흐려진 시야로 나는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한 거다.
이런 내 소식을 접한 손님이자, 인생의 선배이자 친구는 이렇게 편지를 보내왔다.💌
지기님의 이런저런 우당탕탕 사건들을 보면서 '삶은..계란이다' 라는 웃기지 않았지만 유행했던 농담이 떠올랐어요. 근데 생각하면 할수록 전 그런 거 같거든요. 삶은, 뜨거운 물속에 나를 내던질 때 내가 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맹물에 담겨만 있는 달걀은 익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아서, 먹는다 해도 비릿한 날달걀 그대로겠지만, 끓는 물에 들어간 달걀은 반숙이든 완숙이든 단단하게 바뀌잖아요! 이번 뜨거운 물 이벤트 등등을 겪으면서, 지기님이 좀 더 단단해진 거라 생각해요. 제네시스는 좀 뼈아프지만 안 다쳤으면 그걸로 액땜한 거라 칩시다! |
여러분도 나와 같은 인생의 대환장 파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보다 더할지도, 덜할지도 모르겠지만 각자가 각자의 무게로 힘든 것은 똑같을 것이다.
내게 너무너무 무거웠던 한 주, 그렇지만 버겁지만은 않았다. 이런 게 인생이란 걸 알고 있기에.
힘들어도 어쩔 것인가 삶은 점이 아니라 선이기에 계속 이어질 텐데.
삶은 살라고 있는 것이기에. 삶은 삶은 계란이다.🥚
그 삶은 계란이 싱겁지 않게 간을 해주는 소금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