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경영 개선전문가 식당밥일기의
성공한 외식인 생생스토리 14편
국밥에 인생을 걸다
한우탕에 풍덩 빠진 국물박사
(주)미트푸라임 푸드시스템 나호섭 대표
국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밥과 대등하게 권력을 양분해 온 존재였다. 제상에서도 국은 좌반우갱(左飯右羹)으로 자리 잡으며 당당한 지위를 누려왔다.
국물은 우리 일상식의 밥맛 핵심 요소이자 출발점이지만, 서구화되는 식습관으로 은연중에 외면받는 요즘이다.
이에 나호섭 대표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국과 국물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남은 생을 걸었다.
'진국'을 찾아내려는 그의 연구실에는 새벽부터 불이 켜져 있다. 🫕
라이브 카페에서 고깃집으로
나호섭 대표가 처음 외식업 관련 일을 한 것은 25살 때 대구에서 육가공 유통 사업을 시작하면서였다.
새벽부터 공판장에 나가서 물건을 챙겼고 늦은 밤까지 서울에서 오는 물건을 기다렸다. 하루하루 힘든 일이었지만 성실하게 일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차곡차곡 쌓였다.
1997년에는 2년간 모은 돈과 일부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하였고 이듬해에는 그 자리에 건물을 올렸다.
나 대표는 새 건물에 라이브 카페인 <까치둥지>를 열었다. 신생 업소는 필리핀 5인조 밴드를 내세워 금세 손님 몰이에 성공했다. 🎸
내친김에 카페 마당 한쪽에 데크를 설치하고 이 돼지갈비를 팔았다.
당시 대구에서는 앞다릿살 위주의 돼지갈비가 대세였으나 나 대표는 칠레산 뼈삼겹의 포를 떠 제대로 된 돼지갈비를 생산하였다. 당연히 앞다릿살보다 맛이 우월했다.
<GO 맛집>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까치둥지>의 숍인숍으로 출발한 <GO 맛집>은 대구 시민들에게 뼈삼겹 돼지갈비를 직접 선보이는 자리이자 갈비 본연의 맛을 각인시키는 장소였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등 대구 지역 유력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단골손님은 점점 늘어나 마침내 <까치둥지> 간판을 내리고 건물 전체를 <갈비둥지>라는 이름의 갈빗집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대구의 갈빗집들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
앞다릿살을 쓰던 고깃집들이 다투어 나 대표의 뼈삼겹으로 바꿨다. 그만큼 맛과 육질에서 차이가 났다.
어느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본점조차 나 대표의 뼈삼겹을 주문하기까지 이르렀다.
성수기에는 하루 3~4톤을 작업해 140여 곳의 거래처에 공급했다. 뼈삼겹 수요가 급증하자 나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끝없는 시행착오
고깃집과 유통 사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진 나 대표는 새로운 외식 트렌드에 눈을 돌렸다.
장기 불황으로 무한 리필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시기였다. 🥩
2016년 8월, 무려 500평 부지에 건물 면적만 200평인 메가스케일의 무한리필 고기 뷔페 <힘내라고>를 열었다.
10여 종의 소고기, 돼지고기 부위, 쌈 채소, 라면, 냉면, 막창, 떡갈비, 육회비빔밥 등 다양한 육류와 음식들을 준비했다. 내부 인테리어와 식사 환경도 쾌적하게 꾸몄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꿈의 가성비를 실현한 고기 뷔페였다. 창업 넉 달 만에 전국에 무려 24개의 <힘내라고>가 문을 열었다. 이는 파죽지세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빛이 강렬했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고객들이 힘을 내는 사이 나 대표는 점점 힘이 빠졌다. 😰
매출액은 높았지만, 식재료 원가가 워낙 높아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얻은 교훈이자 결심은 두 가지였다.
| ‘주인 없는 가게’와 ‘유행을 타는 업종’은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하지만 2018년에도 한 번 더 일을 벌였다. 평양냉면 전문점 <봉래옥>을 전격 오픈했다. 9,000원에 수준급 평양냉면과 돼지불고기를 제공했다.
평양냉면 마니아가 늘었고, 남북 관계의 해빙으로 북한 음식 선호도가 높아져 대구에서도 평양냉면 수요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냉면의 맛과 질이 유명한 평양냉면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는 음식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
그러나 자신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하는데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아직 대구에서는 평양냉면 수요층이 두껍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찬 바람 부는 계절에 문을 닫아야 했다. 언젠가는 <봉래옥> 평양냉면을 서울에서 펼치고 싶다는 다짐을 간직한 채로.
냉면집은 문을 닫았지만 <봉래옥>에서 고기, 육수, 소스 등을 공급하던 생산시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충분히 품질 경쟁력을 갖춘 상품들이었다.
이 생산물을 외부 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차츰 그 양이 늘면서 지금의 (주)미트푸라임 푸드시스템으로 발전했다. 📈
품목도 다양해져서 여러 육가공품, 각종 소스와 육수, 족발 등을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저렴하지만 식재료 가치가 높은 부위인 한우 뼈를 활용해 안동국시, 꼬리찜, 꼬리수육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해 맛과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나 대표의 심장, 국물
여러 생산 품목 중에서 나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국물이다. 🫕
그중에서도 한우와 뼈를 푹 고아낸 한우탕은 나 대표가 자신의 외식사업 인생을 총결산하는 핵심 아이템이다.
나 대표가 한우탕을 외식업 인생의 종착지로 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 하나는 전통 탕류를 법고창신*의 자세로 현대에 되살려 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품어왔다. ⏰ 또 하나는 그런 소망을 사업적으로 풀어내기에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
* 법고창신: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한우탕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과 니즈는 여전하지만, 집에서 국물을 내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한우 뼈와 사골의 일반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고 가격은 낮아졌다.
외식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이 열린 셈이다. 🔭
한우탕은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소울푸드로 스테디셀러 음식이다. 전통 음식이자 현대에 다양한 변주로 상품화가 가능한 메뉴이기도 하다.
한식당 단품 메뉴는 물론, 병원 환자의 영양식, 부모님 보양식 등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간편식으로 포장해 테이크아웃 판매도 용이하다.
최근 가정간편식으로 상품화한 ‘백년한우탕’은 옛날 명문가의 음식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정성과 품격을 갖춘 명품 한우탕으로 탄생했다.
그저 데워서 국물 한 모금 맛보았을 뿐인데 엄격한 반가의 조리 가풍이 느껴진다.
전통 국밥의 맛과 정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메뉴 특성과 유통방식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겠다는 나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제품이다.
✔️ 사악함 없는 군자의 성정처럼 맑은 국물,
✔️ 우주 질서의 이치만큼 깊은 감칠맛,
✔️ 후덕한 선비 같은 푸짐함,
그가 기억하고 추구하는 소고기 국물이다.
한 그릇의 국물로써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군자의 길이 아니겠느냐는 심산으로 연구에 매진 중이다. 🧘🏻♂️
남은 인생을 국물에 걸다
“내 남은 인생의 새벽은 국물에 걸겠다!” |
세상 만물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벽, 그는 자신의 일터인 국밥 연구실로 향한다. 🌖
하루의 시작을 국물 연구로 열어젖힌다. 중세 시대의 연금술사처럼 국물 맛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려 온갖 재료로 블렌딩 해본다.
한우 국물이 다른 재료와 만나 반응하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실험하고 또 실험한다.
새벽 시간은 뇌와 혀가 오염되지 않고 감각의 감도가 높아 ‘국물 소믈리에’에겐 최상의 시간이다.
나 대표는 자신처럼 국물에 빠진 외식업체 대표 100여 명과 ‘국물연구모임’에 참여했다.
매주 수요일에 모여 강의와 연구 활동을 벌인다. 주요 강사진은 박정배, 최낙언, 김왕민 등 음식과 음식문화에 깊은 식견을 가진 인물들이다.

나 대표는 보기 드문 학구파 외식인으로, 영남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카데믹한 학문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으며, 실용 지식도 꾸준히 배우고 최신 트렌드를 현업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다.
연세대와 동국대 산업대학원, AT센터의 전 과정, 경북대 대학원 외식 과정 등을 두루 수료했다. 🎓
그의 학구적 노력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다.
국물연구모임 외에도 '외경육류연구회'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6개월 전 (주)외식경영 김현수 대표를 중심으로 고기 업종 종사자나 창업 예정자 등 외식인 30명이 결성한 커뮤니티다.
이 모임에서는 고기의 부위별 특성과 활용법, 육류 메뉴 기획, 고기 고르는 법 등을 배우고, 고깃집 벤치마킹과 고기 전문가의 특강 등을 실시한다.
나 대표는 “상호 간에 서로 묻고 답하며 지식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소식을 전했다.
소소한 고기 지식에서부터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고민까지 털어놓고 얘기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
13편 - 세계를 무대로! 불고기에 진심 <설악한우마을> 제갈한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