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2천만 원 매장 정리한 이유
<금별맥주> 송시열 대표 - 2편
그런데 그는 하루아침에 <계단집>을 정리했다.
👤 “항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하다 보니 <계단집>의 한계가 보였어요. 센 불에 빠르게 볶아 불맛을 살려야 하는 볶음 메뉴 특성상 어느 정도의 조리 기술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주방 직원의 기본기와 노력 여하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개하려면 음식 맛을 균일하게 내도록 시스템화해야 하는데 과연 이 복잡한 한식 요리를 하나의 매뉴얼로 만들 수 있을까 자문했을 때 글쎄, 자신이 없었습니다.” |
송시열 대표의 고민 노트
“잘 되던 <계단집>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프랜차이즈 모델로 다른 업장을 재오픈한다고 해서 또 잘 되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혼란스럽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보자.
🏃🏻 외식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었지?
그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간결한 시스템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했어.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간편하게 매뉴얼화할 수 있고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 그럼 어떤 게 있을까
한식은 만인의 외식 아이템이지만 시스템엔 한계가 있고
일식과 이자카야는 마니아층은 탄탄하나 전문적인 맛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고깃집이라고 다를까. 원재료의 품질 관리가 생명인데.
맥주는? 맥주는 겨울철 매출 극복이 어렵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어떤 것에 답이 있을까.
✏️ 이제 와서 또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억지는 아닐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때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데.”
돌고 돌아 그의 최종 픽은 ‘맥주’였다
당시 <계단집>과 동시에 운영하던 수제 맥주 전문점이 있었는데 이곳 역시 번화가 상권의 후광 효과와 수제 맥주 아이템의 경쟁력으로 장사가 잘됐다.
겨울철 비수기 매출을 안정화하는 것이 숙제이긴 했으나 그러한 단점을 상쇄할 만큼 여름철엔 장사가 잘됐다.
맥주는 관리만 잘해주면 사시사철 시원하고 신선한 맥주를 제공할 수 있다. 안주 구성에도 제한이 없다. 계절별로 조금씩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다양한 콘셉트로 접근도 가능하다.
특히 맥주는 호불호가 없다. 20대도 좋아하고 30대도 좋아하고 60~70대도 좋아한다.
여러모로 합리적인 아이템은 맥주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
👤 “남은 숙제는 맥주 브랜드를 완전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맥주 자체가 대중적인 아이템이긴 하나 이미 시장에 잘 나가는 맥주 브랜드들은 많았어요. 포화상태인 맥주 시장 안에서 내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와 특색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 |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했다.
기존 수제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며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부분, 그러니까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방법을 가장 먼저 구체화해 나갔다.
술집의 첫 번째 조건 : 자유로워야 한다
맥주 전문점이라는 정체성은 이미 ‘금별맥주’라는 상호에서 확실하게 각인이 되니, 그렇다면 주류와 안주 구성에서만큼은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생맥주와 병맥주를 기본으로 세팅한 후 소주와 각종 증류주, 하이볼, 칵테일을 추가로 구성했다. 에이드 음료도 넣었다.
안주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구성했다.
치킨, 가라아게와 같은 튀김류부터 구이류, 피자·파스타, 과일 그리고 탕 메뉴까지.
더러는 ‘메뉴 종류가 그리 많으면 매장 콘셉트가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고 염려하기도 했지만 송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
👤 “술집의 첫 번째 조건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만만해야 합니다. 여럿이 와서 각자 먹고 싶은 안주를 하나씩 골라도 즐겁고, 혼자 와서 간단히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가도 편안한 공간이 돼야 하죠. 맥주가 싫은 이들은 하이볼로 선회할 수도 있고, 소주파인 이들은 전골에 소주를 마시고 가도 되는 공간이요. 다수의 취향을 골고루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 |
한 가지 아이템을 대중적으로 풀되 개성과 특색은 살리는 그만의 노하우는 이번에도 적중했다.
그 바탕엔 오랫동안 쌓아온 그의 조리 실력이 기반이 됐다.
제빵사 시절 자주 만들었던 페이스트리의 기본기를 살려 완성한 페이스트리 피자는 <금별맥주>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 “페이스트리 반죽은 보통 발효한 후 굽는데 우리는 발효 과정을 생략합니다. 프랑스식 밀푀유 파이처럼 속까지 바삭바삭한 식감의 비결이죠. 식어도 질퍽해지거나 딱딱하게 굳는 일 없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 |
파스타도 웬만한 전문점보다 맛있다.
파스타 전문점에서 요리했던 경험을 살려 훨씬 쉬운 방법으로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맛
의 균형감도 좋은 편이고 감칠맛과 식감도 적절하다. 무엇보다 ‘안주용’ 파스타의 포인트를 꽤 잘 살렸다.
술집의 두 번째 조건: 편안하고 부담 없는 인테리어
사실 메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만능 요리사인데 뭐가 문제겠는가.
<금별맥주>를 구상하면서 의외로 고민했던 부분은 인테리어였다.
사실 화려하고 근사한 인테리어의 맥주 전문점들은 이미 많다. 서울 성수동과 홍대거리만 가 봐도 그렇다.
빈티지의 느낌을 세련되게 풀어낸 매장, 자연과 순환이 중심이 되는 플랜테리어* 매장, ‘간결하고 단정한’ 현대적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공간까지. 🌴
종류는 셀 수 없고 그 안에서 고객이 추구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플랜테리어: 식물과 나무의 요소를 이용한 인테리어
그렇다면 그 안에서 <금별맥주>만이 지닌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어떻게 공간에 담아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대중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되 대세에 편향하려는 마음과 튀고 싶은 조급증은 버려야 했다.
👤 “결국엔 힘을 빼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결국 이 공간을 즐기는 주체는 고객이지 만든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기획자가 너무 많은 것들을 조율하고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아무 때나 와도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 모든 안주가 다 맛깔 나는 공간, 그렇게 추억을 나누는 공간이면 된다 싶었습니다.” 🏡 |
그의 최종 선택은 클래식이었다.
경성시대 모던보이가 잠시 들렀을 것 같은 느낌, 아니면 홍콩영화에 나오는 오래된 호텔이 연상되는 분위기.
짙은 갈색의 목제 기둥과 복고풍 벽지를 적절히 믹스매치한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따뜻한 인상을 준다. 감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다.
틈틈이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아름다운 것’에 집중해 온 덕에 인테리어는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
<금별맥주> 콘셉트가 제법 마음에 들어 광명의 본사 내부 인테리어도 매장과 똑같이 해놓았다.
그의 타고난 미학적 감각과 치열했던 경험이 밀도 높은 내공이 되어 2017년 시작했던 <금별맥주>는 지금까지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고 곧 오픈 예정인 가맹점까지 다 하면 170여 곳 매장이 ‘금별맥주’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다.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낭만과 낙관의 기운을 나누는 곳 말이다.
고민했던 겨울 비수기 매출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며, 상권과 매장 특성에 따라 매장별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어떤 가맹점은 봄이나 가을보다 오히려 겨울 매출이 훨씬 잘 나오기도 한단다.
다음 스텝은 커피와 치킨, 그리고 중저가형 동네 선술집 키워드로 다시 한번 프랜차이즈 시장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
상권, 원가율, 편안한 메뉴와 공간
그는 식당 창업 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요소가 상권이라고 말한다.
👤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아이템 한 가지에 꽂혀 시장 조사를 합니다. ‘우동집을 할 거야’. ‘고깃집을 할 거야’ 하면서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매장을 오픈할 상권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일입니다. 근처에 주로 어떤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지, 주요 유동 인구의 연령대나 성별은 어떻게 되는지, 대체로 어떤 업종이 장사가 잘되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블루오션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아야 합니다. 🗺 블루오션이라고 해서 해당 상권에 아예 없는 아이템을 고르라는 말은 아닙니다. 비교적 분포도가 낮으면서도 완전히 대박 난 집이 없는 아이템이 좋습니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어떻게 해야 고객이 우리 음식을 편안하게 먹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를 짜보는 것입니다.” |
외식경영 전문가 황해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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