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아이템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마실한정식> 박노진 대표 - 1편
사실 한정식이라는 게 기품 있고 그럴 듯해 보이는 상차림을 기본으로 하지만 운영자 입장에선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장사가 잘 되면 그럭저럭 상황은 낫지만, 계획만큼 손님을 받지 못하면 재료 원가 손실도 무시 못 하고, 가짓수 많은 재료 관리도 결코 쉽지 않지요.
박노진 대표는 꽤 오랜 시간 충남 천안에서 <마실한정식>을 운영하며 한식만 들고 판 사람입니다. 빈털터리 빚쟁이에서 후엔 한정식으로 자리를 잡고 돈도 많이 벌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는 공부가 필요한 외식업자들에게 자신의 실전 경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교육자의 길을 가고 있지요. 그를 통해 한정식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방법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넌 장사꾼 체질이 아니야”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실제로 엉덩이가 가벼워야 장사꾼 체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발이 빨라야 장사 수완이 좋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 안목에서 보면 그는 장사꾼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엉덩이가 무겁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것이 되레 적성에 잘 맞았다. 전생에 장사꾼보단 선비가 아니었을까 종종 생각한 적도 있다.
박노진 대표의 식당 성공기를 들어보면 타고난 천성을 거슬러 부단히도 노력해 일궈 낸 고군분투 성공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는 운에 기대지 않고 현장에서 현실에서 온 동력을 다 해 살아남았다.
그가 맨 처음 외식업을 시작한 건 2002년이다. 지금의 <마실>을 만나기 전 그는 한 고깃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3년도 안 돼 5억 원의 손실을 보고 가게를 접어야 했다. 마흔도 안 되는 나이에 충격이었다.
얌전한 성향에 어디 말할 데도 없었고, 속으로 천불이 나고 결국 화병으로 이어졌다. ‘왜일까, 도대체 왜. 나는 왜 망했을까.’
💬 박노진 대표뿐 아니라 이렇게 첫 번째 장사에서 실패해 큰 빚을 떠안거나 사업 관계에서 배신을 당해 식당 장사라면 학을 떼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병이 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호소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하기에 불굴의 의지로 전략을 짜고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과연 박노진 대표의 ‘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
법칙 1. 책을 읽고 글을 쓴다(아무 책, 아무 글이어도 좋다)
가게를 정리하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당시 어떤 변화 경영전문가가 운영하는 연구모임에 들어갔다. 다른 건 없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책도 읽고 독후감도 쓰는 모임이었다.
특별히 독서를 좋아하거나 글 쓰는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화병이 나는 통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독후감 양식도 모른 상태에서 무작정 써나갔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나니 희한하게 글 쓰는 일에 조금씩 재미가 붙었어요. 화병도 결국 힘이 드는 일인데 그 힘을 분산시키니 화병이 좀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어렵게 노트북을 구했다. 노트에 수기로 적던 독후감을 노트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경제, 경영, 인문학, 역사, 사회학 등 종류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다. 1년 조금 안 됐을 때 읽은 책들이 50권을 훌쩍 넘겼다.
“생각해보면 지금 툭툭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들이 그때 다 쌓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차곡차곡 정리한 생각과 통찰은 어디로 도망가지 않더라고요. 전부 내 걸로 남았죠.”
그리고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다.
💡 지금 내가 읽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있고, 결국 이것이 내 사업의 긍정적인 토대를 만들어주겠구나!
그렇지만 장사를 다시 할 생각은 없었다. 고깃집을 그렇게 말아먹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다.
그가 운영했던 고깃집은 초창기 장사가 잘 됐으나 2003년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서 매출이 바닥이 났다. 하루 2000만 원이었던 매출이 한 달 2000만 원으로 줄고, 그마저도 월세와 고정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망했다’는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책을 파고 글을 써나갔던 시간까지 더하면 망한 후의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 그는 회복기를 거치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외식업 바닥에 발 들이지 않겠다고. 그러나 거짓말처럼 그는 다시 외식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엔 한정식이다.
“기존 <마실한정식을>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날 찾아왔습니다. 다른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마실한정식을>을 양도할 만한 마땅한 적임자가 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식당을 다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돌아가라고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다시는 같은 고통에 빠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장은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연이어 찾아와 그를 졸랐다고 한다.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권리금 5000만 원, 월세 400만 원.
당장 돈이 없으면 절반의 비용은 나중에 받을 테니 우선은 매장을 시작해보라고 설득했다.
심기일전, 그는 다시 식당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싫었던 식당을, 그것도 고깃집보다 훨씬 손 많이 가는 한정식집을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설득으로 시작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일이 그렇게 된 건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고깃집 운영할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찬모는 찬모대로, 주방 보조는 주방 보조대로, 서빙 직원은 서빙 직원대로 각자가 최선을 다해 <마실>을 운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만큼 손님이 오지 않으니 준비했던 재료들을 전부 버려야 하는 불상사도 생겼다.
정통 한정식이니 가짓수며 재료 양이며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렇게 한 달 내내 준비하고 버리고, 준비하고 버리고의 연속이었다. 그는 전략을 짜보기로 한다.
우선 <마실>이 있던 상권은 동네 상권이라 주부나 가족 단위가 많이 방문하지만 인근에 공기업과 회사도 제법 많이 있어 직장인과 비즈니스 모임도 종종 있다.
직장인들도 점심에 부담 없이 방문해 한정식을 먹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떨까 생각했다.
혹은 점심부터 비즈니스 모임을 해야 하는 이들이 방문했을 때 격식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은 한정식을 제공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살아남기 위한 박노진 대표의 두 번째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두 번째 전략부턴 그가 맡게 된 <마실한정식>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노하우가 될 텐데요.
한정식집을 운영하시거나 아니면 오피스와 주택가가 겹친 상권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다음 글을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