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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에 대한 진실

2023.08.21




가성비에 대한 진실


외식시장에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만족감을 제공해 재방문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으로 가장 흔하게 쓰는 용어, 바로 ‘가성비’입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반복되면 지겨운 법인데 가성비가 절대적인 기준처럼 돼서 사장님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니 이 가성비가 얼마나 지긋지긋하실지 상상이 됩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가성비 전략이 되는 걸까요?

가성비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


가성비에 대해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성비, 어디서 나온 말일까?


업계 전문가들이 매년 외식업의 주요 흐름을 설명하면서 가성비를 거론하고, 저명한 신문 잡지 매체에서도 외식업 가성비 전략 등을 자주 언급하지만 사실 외식시장에서 맨 처음 가성비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의외로 한 맛집 블로거였습니다.


그는 당시 한 전자회사에 근무하며 제품 개발 일을 맡아 했는데요. 실제로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준말로 보통 전자제품이나 기기, 자동차 등의 성능에 대해 평가할 때 주로 쓰는 용어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자회사에 근무했던 블로거 A 씨는 습관적으로 식당이나 음식 포스팅에 가성비라는 표현을 썼던 것입니다. ‘이 집은 가성비 훌륭하다’, ‘이 집은 음식 맛이 나쁘진 않으나 가성비를 생각하면 아쉽다’ 등처럼 말이죠.


그 뒤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이 가성비라는 말이 심심찮게 쓰이기 시작합니다.


외식업 전문용어처럼 된 이 말이 블로거들만의 은어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재밌습니다.


시간이 지나 가성비는 일반 대중에게도 식당과 음식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매우 모호합니다.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라는 평가를 떠나 ‘가격대비 만족스럽다’라는 수식이 붙어야 하니, 결과적으로 음식의 완성도를 넘어 가격 책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장님들 입장에선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점심 저녁, 가성비 기준 달라




작년 가을 외식전문지에 근무하는 동안 가성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반 대중과 맛집 블로거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 그들이 생각하는 가성비 맛집의 기준이 무엇인지 체크하게 했습니다(복수응답 가능).


재미있는 사실은 점심과 저녁 각각 가성비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저녁보다 점심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기에 짧은 시간 안에 ‘푸짐한 한 상 차림’을 받길 원하고 또 그것이 ‘가성비가 좋은 구성’이라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푸짐하고 정갈한 한 상 차림 가격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평균 가격대는 8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

메뉴나 업장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점심 가격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선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단, 비즈니스 미팅이나 분위기가 중요한 약속 시엔 객단가 2만-3만 원까지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도 30% 이상이었습니다.


점심시간 가성비 기준으로 응답자 80%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푸짐한 한 상 차림’이라 응답했고, 메뉴 종류나 구성이 개성 있고 독특할 때(55%), 가짓수가 많을 때(30%), 접객서비스가 좋을 때(10%)가 뒤를 이었습니다.


기타 의견으로는 저녁 메뉴를 점심 한정으로 저렴하게 팔 때, 가격이 획기적으로 저렴할 때, 다른 식당에 비해 반찬이 많이 나올 때, 혹은 예상치 못한 메뉴가 하나둘씩 더 나올 때 가성비가 높다고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저녁은 음식 맛과 식재료 품질, 음식의 볼륨감, 매장 분위기, 사이드메뉴의 다양성, 주류 종류 등 점심보단 훨씬 더 다양한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식재료의 퀄리티와 원산지 등 음식의 품질을 중요시한다는 응답이 90%로 높게 나타났고 이어 메뉴 종류나 구성이 개성 있고 독특할 때(60%), 음식이 푸짐하고 볼륨감 있을 때(45%), 메뉴 가짓수가 많을 때(35%), 접객 서비스가 좋을 때(3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심시간 가성비 기준으로 접객 서비스를 꼽은 이들이 10% 안팎이었던 반면 저녁시간 가성비 조건으로 접객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0%가량이었던 것을 보면, 확실히 저녁시간대 선택하는 식당의 기준이 점심보다는 더욱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책정이 중요!



그렇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문에 참여한 30대 남성 심재원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성비 좋은 집과 가격이 저렴한 집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의미입니다.

가성비는 가격과 음식의 양, 품질 3박자가 적정 궤도 안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어야 가능하지 무조건 가격만 저렴하다고 해서 가성비 맛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격만 싸면 ‘싼 게 비지떡이네’라는 생각만 하게 될 뿐이죠."


<장사는 전략이다> 저자이자 <김유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김유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수입산 냉동 삼겹살을 1인분 기준 8000원에 판매하는 집은 가성비 맛집이 아니라 저렴한 식당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리산 흑돼지고기 200g에 재래식 된장으로 끓인 찌개와 가정식 반찬을 한 상 맛있게 차려내고 1인 1만5000원을 받는다면 이 집은 가성비 맛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가성비는 가격만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품질과 구성, 소비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가격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합니다”


가치 소비가 주효한 시대에 고객이 무조건 저가를 원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합당한 비용을 받고 그만큼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메뉴를 세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제 고객은 브랜드가 약속하는 가치를 믿지 않는 듯합니다.


단순히 고가의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상을 가지지도 않고, 저가의 상품을 비지떡이라고 평가 절하하지도 않습니다.


시장에서 만들어놓은 가치보다는 자신이 판단하고 느끼는 가치를 믿고 추구해가는 것이죠. 젊은 세대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고요.


이 같은 현상을 보고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비싼 것을 따지기보다 비용을 지불한 후 누리는 재화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를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소비자가 똑똑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고객이 추구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 책정에도 머리를 써야 합니다.

가성비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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