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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백과사전 <2편>

2023.10.05

냉면백과사전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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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평범하지만 비범한 메뉴

지난 시간에는 평양냉면의 역사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계기, 그리고 냉면 스타일에 따라 대표적으로 갈리는 계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러한 정통 평양냉면의 계보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맛과 상품력으로 완성도 높은 평양 냉면을 구현하는 곳이 많습니다. 주로 고가의 육류전문점들이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봉피양>입니다. 이곳은 실향민들이 차린 1세대 평양냉면집들과는 계보가 다릅니다. 1998년 <벽제갈비> 김영환 회장이 문을 연 곳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의 만화 ‘식객’ 평양냉면 편의 실제 주인공인 故 김태원 조리장의 66년 노하우를 담아 정통 평양냉면을 개발했습니다. 굵고 매끈한 면발과 육향 짙은 육수, 새콤한 얼갈이 김치와 황색 지단 고명으로 고급스러운 냉면을 완성했습니다.

수십 년 된 1세대 냉면집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냉면 장인들의 실력에서 나온 수준급 냉면으로 <봉피양>은 멀지 않아 평양냉면 명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봉피양>의 평양냉면은 고깃집 사장님들의 벤치마킹 1순위 메뉴입니다. 경기도 부천 <삼도갈비>와 한우구이전문점 <배꼽집>, <로스옥>, <봉밀가>, <청담옥> 등에서 <봉피양>과 비슷한 냉면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구수하고 시원한 봉피양 스타일의 육수는 한우구이나 돼지갈비와도 잘 어울립니다.

고깃집이 아닌 냉면전문점에서 봉피양 스타일의 육수를 구현하는 곳으로는 <능라도>가 있습니다. <능라도>의 냉면은 <봉피양>과 앞서 말한 장충동 스타일의 중간 형태로 육수는 봉피양 냉면처럼 육향이 진하고 구수하며 고명은 장충동 평양면옥처럼 오이지와 수육, 달걀, 무김치를 올려냅니다.

캡션 5.

<봉피양 냉면. 고깃집에서 완성도 높은 정통 평양냉면을 구현한 최초의 케이스다.>

캡션 6.

<봉피양과 장충동 스타일의 평양냉면을 반반씩 섞은 듯한 능라도 냉면. 능라도는 2 세대 정통 평양냉면집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냉면 후발주자가 드문 이유

평양냉면을 제대로 내는 곳들 중 장사가 안돼 문 닫았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명성 있는 냉면집들은 늘 호황이지요.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선주후면(먼저 술을 마시고 난 뒤에 국수를 먹는다는 말)’을 즐기러 오는 손님들로 가득 찹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수십 년 된 1세대 평양냉면집들에 비해 최근 생긴 평양냉면 신생업소들은 찾기 어렵습니다. 평양냉면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분명하다면 신규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전개도 활발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이처럼 후발주자가 드문 이유는 평양냉면이 웬만한 내공과 노하우로는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메밀 면에 차게 식힌 고깃국물과 고명만 올려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과정이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육수도 그렇고 면도 마찬가지죠. 오죽하면 유명한 냉면집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은 조리장들 사이에 ‘고액 연봉’, ‘스카우트 제의’와 같은 말이 돌까요.

소고기로 군더더기 없이 맑은 육수를 내는 작업도 어려운데 이를 적정 온도로, 기름기 없이 차갑게 내야 하니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선 육수는 양지와 사태, 기타 부위의 소고기를 넣고 기본 3~4시간 이상을 끓여야 합니다.

이 때 육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맑은 육수를 내려면 끓이는 동안 기름기와 젤라틴을 계속 걷어내야 합니다. 그렇게 끓인 육수는 차게 식혀 다음 날 판매하는데 식히는 과정에서 온도나 공기 중 미생물에 따라 맛이 쉽게 변하기 때문에 온도나 보관 장소,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슬러시 기계를 판매하는 업체가 생기면서 온도 설정만 해두면 일정 온도 내에서 육수를 차게 식힐 수 있지만, 불과 4~5년 전만 해도 대형 육수 통에 저장한 후 수시로 온도를 체크해야 했지요.

심지어 면은 더 어렵습니다. 평양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글루텐이 없어 면을 만들었을 때 탄력이 없고 쉽게 부서집니다. 메밀가루 자체에 힘이 없어 잘 뭉쳐지지 않는 데다 메밀 특성상 습도와 열에 약해 공기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금방 삭아버립니다. 반죽은 1시간 이내 틀에 눌러 면을 뽑고 바로 삶아 육수에 말아내야 메밀 면 본연의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요. 그래서 많은 냉면집들이 메밀 70~80%에 밀가루나 전분을 20~30%가량 섞고 냉반죽해 어느 정도의 탄력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얄궂게도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100% 메밀순면을 선호합니다. 순면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식감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래옥>과 <봉피양>, <정인면옥> 등 몇몇 냉면집들은 일반 냉면 외 ‘100% 순면’ 메뉴를 별도로 구성하고 가격을 올려 받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맛의 완벽한 밸런스!

육수와 면을 정통 방식으로 완성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육수와 면발의 식감, 고명 그리고 냉면 찬으로 내는 김치나 장아찌와의 맛 궁합이 잘 맞아야 ‘중독성 있는’ 밍밍함이 됩니다. 육수의 염도나 온도, 육향의 정도, 메밀 함유량, 면의 질감과 두께, 고명 종류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지요. 경기도 부천의 <삼도갈비>는 점심메뉴와 후식메뉴로 평양냉면을 판매하는데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육수 염도를 0.1씩 높여가며 맛을 보고 면의 두께나 메밀 함량도 수십 번 바꿔가며 끊임없이 테스트했다고 하네요. 현재는 완전체 냉면을 완성해 3년 만에 서울 경기지역 평양냉면 대표 맛집 대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평양냉면은 만드는 과정도 어렵지만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분기와 반죽기, 제면기, 저장고, 슬러시 기기를 비롯해 기타 설비에 들어가는 금액만 2000만 원은 족히 넘습니다. 공간도 적잖이 차지하기 때문에 주방 규모도 넉넉해야 하지요. 게다가 재료비나 인건비도 셉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까다로운 냉면으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평양냉면으로 돈 버는 일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원조 1세대 냉면집 다음의 후발주자가 많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평양냉면은 고객 니즈는 물론 가치와 기품이 있는 전통음식이고, 수많은 스토리와 내공을 담고 있는 베스트셀러 메뉴입니다. 잘 만든 평양냉면은 한 그릇은 열 가지 면 요리와도 견줄 수 없는 특별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엔 함흥냉면이다!

함흥냉면의 관전 포인트 : 정공법 vs 시판제품

왕들도 먹었다는 유서 깊은 평양냉면에 비하면 함흥냉면은 제대로 된 기록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을 통해 반세기가 넘게 오늘날까지 두루두루 사랑받는 서울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입니다. 평양냉면집 찾기는 힘들지만 함흥냉면집은 동네 어디에나 있고 꼭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백반집이나 분식집 등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지요. 그만큼 무난한 방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는 최적의 아이템이라는 방증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함흥냉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벤치마킹할 만한 수준급의 냉면집들의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양 냉면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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