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외식경영 및 벤치마킹 전문가

<더진국> 손석우 대표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2편)

2023.12.25

 

<더진국> 손석우 대표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2편)

🔍 이전 편을 아직 못 보셨다면?

<더진국> 손석우 대표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1편)


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국밥 공부에 매진

실패가 자산이 되는 순간

 

자괴감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절망과 상실감이 돈을 벌어주는 것도 아니다. 이대로 죽을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충남 천안에 있는 모 국밥 프랜차이즈 본사에 입사했다.

 

“마흔이 넘어 처음 해보는 직장 생활이었다.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어딘가로 출근하는 기분이 새롭고 좋더라.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당 브랜드는 초창기 가맹사업을 공격적으로 해나갔다. 본사 매출도 눈에 띄게 급상승했다. 드디어 숨통을 트고 탄탄대로를 가는가 싶더니 다시 문제가 터졌다.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자마자 대표가 갑자기 부산으로 잠적했다. 본사는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됐고 가맹점주들은 매장만 덩그러니 쥐고 있는 상태가 됐다. 그는 부산으로 대표를 찾아가 ‘다시 본사로 돌아와 가맹점을 봐 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까지 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가서 매달렸지만 그 사람은 이미 다른 가맹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국내에 그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한두 곳이 아니더라. 가맹점주들은 자신이 가진 종잣돈을 다 털어 가게를 차린다. 누구보다 절실한 생계형 창업자들인데 그런 무책임한 자세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직접 나서서 좋은 브랜드와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 한 모든 사업이 전부 실패로 끝났지만 오히려 그 경험을 밑천 삼아 진심을 다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1년 준비 끝에 2011년, 드디어 국밥집을 열었다. 사람도 국밥도 진국이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상호는 ‘The 진국’으로 정했다. 시판용 원액이나 분말로 육수 맛을 내는 건 원치 않아 소·돼지 사골과 양지고기,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닭 뼈와 약재를 넣고 육수를 우려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세 번 끓이는 동안 기름기를 전부 걷어냈다. 끈적거리지 않으면서 구수했다.

 

국밥용 고기는 목살과 목전지를 썼다. 수육보쌈용 고기를 커팅하고 남은 자투리도 국밥에 넣어 식재료의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국밥 아이템 특성상 하절기엔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파악, 직화불고기와 냉면을 동시에 주는 세트메뉴와 수육백반정식을 저렴하게 구성해 매출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가성비 좋은 식사메뉴가 있으니 오후 2시와 4시 사시엔 주부나 가족 단위도 5~10팀 정도 방문했다. 저녁 시간에는 수육보쌈과 수육전골로 주류 매출을 높였다.


황해원의 식당 운영 인사이트

조심스럽게 접근하되 용기 잃지 말 것

육수 레시피를 완성하자마자 경기도 용인에 임대공장부터 마련했다. 그동안 외식업을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 주방 인력 운용에 있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문 주방장 없이도 균일한 품질과 완성도의 메뉴 구현이 가능하도록 물류 생산시설과 레시피, 운영 매뉴얼 구축에 주력한 셈이다.

 

<더진국>은 대박이 났다. 매뉴얼과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해놓으니 가맹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1년에 오픈하는 가맹점 수를 10곳 이하로 제한했다. 급할 이유가 없었고 또 급해서는 안 됐다.

 

“식당업으로 먹고사는 일이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큰 고민 없이 신메뉴 뚝딱 만들어 팔고 반응 좋으면 2호점, 3호점 쭉쭉 오픈해나가는 식으로 가맹사업을 할 순 없다. 생계를 위해 섣불리 식당 일에 뛰어들었다가 전부 실패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더더욱 조심스럽다. 망해도 다시 용기 내서 일어서면 되는 것 아니냐고들 하지만 글쎄. 실패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가 되고 영혼을 다치게도 한다. 그걸 알기에 가맹점을 열고 싶다고 본사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한 번만 더 고민해보시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손 대표의 말은 일리가 있다. 장사 경험과 조리 기술이 부족한데 어찌 식당 일이 쉬울 수 있겠는가.

화구 앞에 서서 종일 육수를 끓이고 삶고 볶는 것도 힘든데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변수 많은 직원들도 관리해야 하고 인건비와 월세를 내려면 매출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게 어디 인내심 하나 가지고 될 일인가. 그러나 요즘의 프랜차이즈 본사에선 장사를 너무나 쉽게 이야기한다. ‘월 00천 만 원 수익 보장’, ‘동네 신화로 만들어드립니다’와 같은 문구로 예비 창업자들의 갈증을 자극하고 현혹한다.

 

손석우 대표의 최종 목표는 외식산업과 식품산업을 아우르는 대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축산물가공품 제조장과 식품제조공장으로 나누어 <더진국>만의 특허받은 육수를 비롯해 각종 양념과 소스 등 10여 종의 핵심 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외식·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 셈이다. 또한 완성도 높은 메뉴 구현을 위해 푸드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기존 메뉴는 끊임없이 검토 보완, 성별과 연령별 고객 니즈에 맞는 신메뉴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모든 게 가맹점주들이 8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녹슬어 퀴퀴한 냄새가 나는 폐기물 사이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인생의 봄날이나 이상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실패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고 나면 어쨌거나 그다음 스텝은 반드시 있다.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지고 사람에 대해, 사업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도 생긴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조율하는 힘도 생기는 것 같고."

"간혹 <더진국> 본사를 찾아오는 예비 점주들 중엔 나처럼 여러 번의 사업 실패로 상실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인생의 긴 터널이 있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얼마만큼 참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그만큼의 빛이 주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어딜 가든 늘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댓글 0
최신순
오래된순
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