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세요!
외식 전문기자 생활을 14년 하는 동안 정말 많은 사장님을 만나고 취재하고, 그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장사하면서 사업하면서 저마다 고충들이 다 있고, 그만큼 하루하루가 고민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지요. 어느 정도 성공의 반열에 올랐거나, 프랜차이즈 사업 전개를 탄탄하게 해나가는 브랜드의 대표님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사장님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연한 마음과 사고를 갖고 장사에 임할 수 있는지, ‘장사 마인드와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2023년 상반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시리즈를 통해 한 번 더 긍정적인 동력을 끌어올려 하반기를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 |
3년만 반짝해도 성공하는 세상?
제가 외식업 전문 기자를 처음 시작했던 2009년만 해도 기사 제목으로 자주 썼던 내용이
🗞 ‘100년 가는 식당 준비하기’, ‘10년간 흑자 내는 방법’, ‘삼겹살로 장기간 흥행하는 전략’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
그러니까 당시 식당 사장님들의 주요 고민과 현안은 ‘오래 가는 식당’이 되는 것이었죠. 🐢
벤치마킹할 만한 브랜드나 성공 사례는 당연히 10년 20년 이상 탄탄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곳들이었습니다.
<원할머니보쌈>이나 <BBQ>같은 로컬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물론 개인 매장 역시 장기간 흥행하는 케이스가 독보적인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10년은 고사하고 5년 가는 식당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 왔습니다. 그 이유와 내막을 살펴보자면, 🔍
1️⃣ 소비층의 변화
주요 외식 소비자들의 연령층이 한 차례 바뀌었고 (10여 년 전 초등학생이나 10대 청소년이었던 세대가 현재 20~30대 주요 소비층이 됐습니다.)
2️⃣ 스마트폰의 대중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SNS 채널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식당과 음식 문화에 대한 콘텐츠들이 광대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식당들이 출몰하는 가운데 이제 ‘대박식당’의 기준도 모호해졌지요.
3️⃣ 짧아지는 유행 시기
스마트 플랫폼에 익숙해진 주요 소비층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화려한 퍼포먼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수가 됐습니다.
요즘의 젊은 식당 사장님들은 10년, 100년 가는 식당이 목표가 아니라 단기간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켜 고수익을 달성한 후 또 다른 트렌디한 식당을 차리는 것입니다.
유행의 변화 시기가 갈수록 짧아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사장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3년만 반짝해도 요즘은 성공한 외식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짧은 주기로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대박식당, 성공 신화에 가려진 본질
물론 재밌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배 곯던 시절 이웃에게 밥과 국, 탁주 한잔을 나누었던 끈끈한 정이 한국 외식업의 출발이었는데 이제는 하나의 예술 문화 사업화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외식업이 국가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한 밥벌이를 넘어 문화산업으로서의 관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기에, 지금과 같은 젊은 감각의 외식업 형태가 한편 반갑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박식당’, ‘성공 창업’, ‘월 매출 00 이상 성공 신화’ 등과 같은 현란한 표현들에 묻혀 외식업을 마치 일확천금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치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게다가 유튜브나 SNS 채널, 그리고 각종 방송 매체에서 줄 서는 식당들이 노출되고 유명인과 연예인들이 해당 식당들을 과찬하면서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 맛집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흘러가기도 하고요. 📺
물론 일확천금의 기회로 보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잘 만든 식당들은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식당업을 로또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며, 당장 대박식당의 대열에 끼지 않았다고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현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우리가 지속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는
바로 ‘꾸준함’과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
대박식당의 강박과 굴레에서 벗어나라
꾸준함을 위해선 우선 식당업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대박을 위한 투자나 기회의 장보단 평생직장 정도로 생각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모든 직장인이 취업하자마자 고액의 연봉을 받지는 않죠. 당장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일확천금을 노리지도 않습니다. 🤔
물론 2000년대 들어서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졌지만, 현재의 직장과 진로를 통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본업에 충실합니다.
더러 박봉을 받더라도 이 길에 자신의 비전과 배움이 있다면 감내하고 꾸준히 회사에 다니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 누구보다 장기흥행을 꿈꾸며 장기 레이스를 준비하는 것이죠. 📚
이런 직장인의 마음을, 업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도 어느 정도 가지셔야 하지 않을까 해요.
식당업도 결국 장기전입니다.
🏃🏻♀️ 갈대 같은 고객 마음도 잡아야죠, 속을 알 수 없는 직원들 관리도 해야 하죠, 때마다 신메뉴도 만들어서 변화도 줘야 하죠, 장사 잘하기 위한 노하우도 끊임없이 숙지하고 공부해야 하죠, 홍보 마케팅도 해야 하죠, 고객 컴플레인 관리도 해야 하죠, 만약 제2, 제3 매장 오픈이나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이 있다면 그에 맞는 시스템과 매뉴얼도 만들어 나가야 하죠. |
얼마나 신경 쓰고 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까.
하루아침에 대박 성공의 신화를 이루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호흡과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식당 운영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건 대박에 대한 꿈보다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업을 바라보고 인내할 수 있는 맷집과 지구력일지도 모릅니다.
내 식당의 가치를 구체화해라
이제는 대박식당이라는 표현 말고, 사장님의 식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장기적인 비전을 구체화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고객 입장에 서서 말이죠.
🏡 예를 들면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같은 맛집, |
👶🏻 나에게 2세가 생기면 반드시 손잡고 데려가고 싶은 집, |
❤️ 엄마의 손맛이 생각나는 집, |
🌴 맛은 평범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정답고 친숙해서 자주 가고 싶은 집, |
🍱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특별하지 않지만, 음식만큼은 끝내주게 맛있는 집, |
👨👩👧👦 부모님과 꼭 같이 와 보고 싶은 집, |
💭 옛날 옛적 추억이 떠오르는 집, |
📸 SNS에 자랑하고 싶은 집처럼 말이죠. |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 한 줄 비전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고객 타깃층과 음식 구성, 인테리어, 접객 서비스, 마케팅 등의 방법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집중해야 할 부분과 힘을 빼야 할 부분을 구분하고 생략해야 할 건 과감히 생략하는 전략도 이 캐치프레이즈 한 줄에서 나오는 것이겠고요.
업계에서 일상적으로 도는 말 중 하나가 식당 오픈 후 6개월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접는 것이 낫다는 것인데,
사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입니다.
⭕️ 맞는 말이 되는 경우는 자신의 성향 자체가 식당업과 맞지 않다는 것을 빨리 파악했을 때이고,
❌ 틀린 말이 되는 경우는 성향은 잘 맞는 듯하나 쉽게 매출을 높이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방법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러니 단기간 흥망성쇠에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식당업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과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외식경영 전문가 황해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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