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아이템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마실한정식> 박노진 대표 - 2편
지난 시간에 이어 <마실한정식> 박노진 대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운명처럼 <마실한정식>을 운영하게 되면서 정통 한정식으로 출발, 다양한 가짓수의 요리와 찬 가지를 정성껏 준비했음에도 기대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자 그는 고민에 빠졌는데요.
과연 박 대표의 새로운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
법칙 2. 9900원의 혁신
그러던 중 하루는 그가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어떤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캐주얼 뷔페식 레스토랑 <애슐리>였다. 끝도 없이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 고객이었다. ‘무엇 때문에 저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한 시간씩이나 줄을 서서 점심을 먹고 가는 것일까.’ 그는 궁금했다.
가까이 가보니 점심 세트 9900원. 뷔페식 차림이라 음식은 무제한이었다. 양식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점심 한정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제공한다는 메리트가 통한 것이다.
그는 9900원 아이템을 <마실>에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9900원 점심 특선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천안엔 점심 특선 메뉴를 따로 구성하는 한정식집이 그리 많지 않았고, 있다고 쳐도 1인 기준 2만 원대 후반, 3만원 초반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한정식집에서 9900원 특선메뉴를 낸다? 박 대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기존 메뉴에서 2~3가지 음식을 빼고 전체적으로 양을 조금씩 줄였다.
“생각해보면 한정식 상차림이 그렇지 않습니까. 가짓수만 많고 정작 손이 안 가는 요리도 많습니다.
구색용으로 차려는 놓았지만 막상 테이블을 치울 때 보면 음식이 남아있는 접시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전부 빼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요리 위주로만 점심 한정 9900원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방문 고객 4000여명에게 ‘9900원 한정식’ 소식을 알리는 단체 문자도 보냈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다 진짜 망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어요. 그래도 소신껏 밀어붙였습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겁날 것이 없었습니다.”
💬 여기서 잠깐! 9900원 점심 한정식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객단가 9900원에 정갈하게 잘 차려진 한정식 한 상 차림을 먹을 수 있다는 건 고객 입장에선 상당한 매력 포인트였다. 더구나 박 대표의 예측대로 비즈니스 점심 모임이나 직장인들의 점심 회동 때도 <마실한정식>의 9900원 한정식은 요긴한 존재가 돼주었다. 30-40만 원이었던 하루 점심 매출이 100만 원 이상까지 뛰었다. 그 전엔 많이 팔아야 한 달 최고 매출이 7000만원 선이었는데 9900원 점심메뉴를 내고 나서 처음으로 월 매출 1억 원을 넘겼다. 그는 말한다. “한정식이라고 다 같은 한정식이 아닙니다. 구색 맞추기 위한 상차림을 고민하는 대신 내 업장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오피스 상권이라면 직장인들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의 마지노선을 책정하고 그에 맞는 유연한 상차림을 연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입니다.” |
법칙 3. 엄마를 잡아라
점심 장사에 탄력이 붙자 자연히 주말과 저녁 매출이 올랐다.
평일 점심에 모임 차 방문했던 중년 여성 고객들이 <마실한정식>의 밥상에 만족해 주말 오후 가족을 대동해 재방문했다.
주말 가족 모임에서 제법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던 ‘아빠’들은 평일 저녁 회식 장소로 <마실>을 선택했다.
한식은 술안주로도 매력적인 아이템이기에 저녁 ‘반주 아이템’으로도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저녁에 와서 간단히 한잔하고 간 남성 고객이 다음날 점심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다.
그렇게 평일 점심으로 시작한 매출이 주말, 그리고 평일 저녁으로 확장되면서 매출이 대폭 상승했다.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한식당은 무조건 ‘엄마’ 고객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요. 엄마 고객만 확실하게 잡으면 나머지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엄마들은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가족 생각부터 하죠. 그런 마음이 주말 가족외식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아요.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점심 매출 한 끗의 차이가 전체 매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접 보고 경험하고 나니 점점 장사의 윤곽이 잡혔습니다.”
법칙 4. 고객 데이터 심층 분석
상권과 고객층에 따라 메뉴 구성을 바꾼 이후 급격하게 매출이 오르다 보니 그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고객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 방문 목적, 방문 횟수 등을 세분류해 얼마나 자주 오는지, 몇 시에 주로 오는지, 시간대별 식사 비용을 어느 정도나 쓰고 가는지 등을 조사했다.
어떤 날은 아예 설문지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고객의 특성을 정확히 알면 잠재적 단골을 타깃으로 더욱더 전략적인 메뉴 구성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방문 횟수였다. 상당수의 단골고객들이 2-3개월에 한 번씩 <마실한정식>을 방문한다는 데이터를 모았다.
2-3개월이면 분기별에 한 번씩 온다는 것이다. 분기는 곧 계절, 그러니까 <마실>의 단골들은 주로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
그때부터 박 대표는 계절 메뉴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다 했다. 계절별 신메뉴를 만들어 홍보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계절마다 방문 수가 폭발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 후 거기에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고안하니 거짓말처럼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 바탕의 운영 노하우 전수!
이 모든 운영 노하우들을 잘 정리해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2018년 말부터다.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들의 사례를 모아 공통점을 찾고 그걸 해결하며 새로운 매뉴얼로 매듭을 짓는 일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책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마실한정식>도 그랬듯이 그는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파야 한다. 이제부터 그는 교육만 파기로 했다.
“다행히도 <마실한정식>을 안정적으로 잘 운영한 셈입니다. 2003년 첫 번째 광우병 사태 때는 고깃집을 접어야 했지만 이후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는 흔들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메르스나 조류독감, 기타 다양한 환경적 이슈가 있을 때도 <마실한정식>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빼어난 매출보단 실리적인 순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데이터와 시스템, 그리고 스토리가 필요해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내 업장을 바라보고 셀프 진단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일 것입니다.”
📌 생각보다 시련이 많았던 <마실한정식> 그의 긴 이야기를 짧은 글로 정리하려니 생략된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것 하나만 말씀드리고 글을 마무리할게요. 생각보다 <마실한정식>은 부침이 많았고 고전하는 시간도 꽤 길었습니다. 핑거푸드 중심의 퓨전 한정식을 구성해 1만3000원, 1만5000원에 팔기도 했지만 ‘모양새로 폼만 냈다’는 비판을 들으며 매출 하락의 쓴맛도 봐야 했고요. 손님이 오지 않자 마이너스 매출을 감당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실수도 하게 됩니다. 심지어 매장에 불까지 났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같은 자리에서요. 답답해서 굿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 여러 악조건 속에서 끈기를 갖고 집요하게 상권과 손님을 연구하고 이해한 결과 좋은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