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이야기 3편
: 맛있는 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 이전 편 보러가기 <좋은 쌀 고르는 방법 총정리! : 쌀&밥 이야기 2편>
📝 맛있는 밥을 만드는 요인
# 수확시기
‘밥맛’은 벼 수확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반도는 대략 8월 하순부터 쌀을 수확한다. 조생종*(早生種)이 주로 재배된다. 11월 중, 하순 무렵에는 전국 여기저기서 벼를 수확한다. 제철은 10월과 11월이지만,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조생종을 내놓는 곳도 많다. 🌾
품질은 제철에 나오는 쌀이나 10월 이후에 생산된 쌀이 낫다. 장기 보관하기도 좋다. 조생종은 바로 먹는 것이 좋으며, 보관하기는 어렵다.
* 조생종: 같은 농작물 가운데 다른 것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
# 건조도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농협 등에서 쌀을 구매할 때 중요한 것은 쌀의 건조도이다. ☀️
굵고 투명한 쌀알이며 갈라짐이 적은 것을 특등품으로 판단하지만, 쌀의 품종에 따라 투명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쌀도 있다.
그래서 건조도, 갈라진 쌀과 싸라기의 비율 등을 기준으로 특등품과 하등품을 구분한다.
비교적 저온에서 말린 쌀이 고온에서 말린 쌀보다 좋지만, 식당 등의 소비자들이 그것까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밥쌀 용 벼’의 적정 건조 온도는 45도 정도이다.
좋은 쌀은 쌀알이 고르게 굵고, 윤기가 나며 갈라짐과 싸라기가 적은 것이다. 저온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건조한 것이 좋다. 습기가 많은 쌀이나 벼는 보관 과정에서 상하기 쉽다.
# 쌀의 보관기간
11월과 12월을 거치며 최상의 밥맛을 자랑하던 쌀은 다음 해 봄을 지나 여름 무렵이 되면 맛이 많이 떨어진다.
서늘하고 건조한 창고에 복씨를 보관하더라도 복씨 상태에서도 산화와 건조가 발생한다. 특히 도정하여 쌀로 가공한 다음 장기간 보관하면 맛은 급격히 떨어진다.
한여름이나 추석 전에 구입하는 쌀은 일부 조생종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수확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보관하였더라도 10개월을 묵힌 쌀이라면 좋은 밥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복씨 상태로 긴 시간 보관하다가 도정하여 쌀로 만들면 깨진 쌀이 많이 나오게 된다.
깨진 쌀은 동할미라고 부른다. 동할미 비율이 높으면 당연히 저급품 쌀로 여겨지며 좋은 밥맛도 기대하기 힘들다.
동할미나 싸라기가 많은 쌀로 밥을 지으면 깨진 부분을 통해 쌀의 영양분이 흘러나오게 되어 밥맛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수확 시기가 오래된 벼나 쌀로는 좋은 밥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
장기 보관한 쌀은 어쩔 수 없이 푸석푸석하다. 조금이라도 더 윤기가 흐르는 밥을 원한다면,
✔️ 적절한 온도와 습도의 저장 창고에서, |
🍚 맛있는 밥 짓는 방법
# 푸석푸석한 쌀을 살리려면?
쌀이 푸석푸석할 때는 찹쌀을 섞어 밥을 짓는 이들도 많이 만났다.
찹쌀 10~20% 정도를 섞어 밥을 지으면 어느 정도 고슬고슬한 밥맛을 느낄 수 있다. 😉
정미소나 미곡상에서 쌀을 출하할 때 아예 찹쌀을 일정 부분 섞는 곳도 있다. 한여름에는 대부분 쌀이 푸석푸석하므로 이때 찹쌀 등을 섞은 쌀을 내놓는다.
밥을 지을 때 식용유나 맛술, 청주 등을 더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식용유, 맛술 등을 더하면 윤기가 돌고 밥맛도 좋아지지만, 이 방식이 권할 만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 갓 지은 밥이 가장 맛있다
햅쌀로 지은 밥이 맛있다는 주장도 있다.
맞다. 갓 수확한 벼를 도정하여 밥을 지으면 맛있다. 하지만 1년 내내 햅쌀을 고집할 수는 없다.
갓 지은 밥이 맛있다는 주장도 있다.
맞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갓 지은 밥이다. 하지만, 역시 외식업체에서는 따르기 힘들다.
점심 식사 손님이 많은 식당은 오전 11시 30분 무렵부터 손님이 몰려 들어온다. 👥
1시간 30분 혹은 두 시간 동안, 손님들은 몰린다. 모든 손님에게 갓 지은 밥을 제공하기는 힘들다.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새로 밥을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식당에 따라서 저녁 식사용 밥까지 미리 준비하는 가게도 있다. 더더욱 '갓 지은 밥'은 힘들다.
객단가가 높은 집이라면 최근에는 '솥밥 기계'를 많이 사용한다.
식당 공간이 넉넉하면 한꺼번에 20인분 이상의 밥을 제공하는 솥밥 기계를 준비, 사용한다. 갓 지은 밥이고 '나만의 밥솥'이니 아주 좋다.
문제는 객단가 그리고 기계를 설치할 공간이다. 솥밥의 경우, 1, 2천 원씩 더 받는 일도 있지만, 이 역시 단가 측면에서 해당 식당 손님들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솥밥 기계에 일일이 작은 솥을 걸고, 매번 밥솥을 내려서 손님 식탁까지 운반하는 인력이 없다면 이 역시 힘들다.
# 밥솥 용량 절반만 사용하자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맛있는 밥을 만드는 요령’은 밥솥 용량의 50~60%만 사용하는 것이다.
🍚 50인분 밥솥이라면 30인분, 100인분 밥솥은 60인분의 쌀을 넣으면, 밥이 설거나 아랫부분이 타지 않고 고슬고슬한 밥을 지을 수 있다. |
큰 솥 대신 작은 솥 여러 개를 준비하여 ‘시차를 두고’ 밥을 내놓는 방법도 본 적이 있다.
100인분 밥솥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20인분 5개를 준비한다.
11시 30분부터 약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타이머를 걸어놓고 손님들이 몰릴 때마다 새 밥솥을 열어서 갓 지은 밥을 퍼낸다.
고슬고슬한 밥을 내놓을 수 있고, 간혹 밥솥 여러 개를 보고 손님들이 “이게 뭐냐?”고 질문을 하면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
다만 단점도 있다. 점심 식사 중에 공깃밥이 부족하면 새로 솥을 씻고 밥을 지어야 한다.
“그 까짓 것?”이라고 말할 것은 아니다. 바쁜 점심시간의 주방이면 작은 품이 드는 일이라도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힘들다.
🌟 맛있는 밥이 가야 할 길
이제 미래의 '맛있는 밥'을 찾아야 할 때다. 과연 어떤 밥, 어떤 쌀이 맛있는 밥일까? 제대로 지은 '나만의 밥'일까?
미래의 맛있는 밥은 한식의 특질에 맞아야 한다. 한식 고유의 장점 중 하나는 '섞고 비비는 것'이다.
비빔밥은 곡물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비비는 것이고, 각종 국물은 여러 가지 나물, 고기, 생선 등을 섞고 끓이는 것들이다.
우리는 비슷한 국물을 먹으면서도 모두 다른 국물을 먹는다. 된장찌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이름이지만 각각 다른 된장찌개를 먹는다. 매일,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먹는다.
같은 '밥'이지만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밥을 기다린다.
여러 재료를 섞은 밥도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우리는 무밥이나 콩나물밥을 오래 먹었다. 곡식이 부족하니 콩나물밥, 무밥을 먹었다고 추정한다.
반드시 식량 부족 때문은 아니다. 반찬 재료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때 무나 콩나물 등 흔한 채소를 더하면 쉽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
은행알, 대추, 밤, 잣, 더덕, 도라지 등이 들어간 솥밥은 지금도 널리 유행하고 있다. 우리는 '섞어 지은 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민족이다.
곤드레밥, 더덕밥 등 산나물을 ‘섞어 지은’ 밥도 기대한다. 전복 밥처럼 해산물을 더한 밥도 기다린다.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산나물이다. 산나물, 들나물, 해조류를 섞어서 지은 밥도 기대한다.
냉장, 냉동 산나물, 해조류, 들나물 등으로 1년 내내 자연의 향이 가득한 솥밥도 가능할 것이다.
음식은 상상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상상 이상의 ‘밥’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