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이야기 1편
: 쌀의 역사와 품종 발전
음식 평론가로서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좋은 아이템'이 없느냐, 새로운 메뉴, 반찬거리, 국거리, 그럴듯한 스토리텔링, 음식 담음새 등...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질문은 '쌀', '밥'에 대한 것이다. 🌾
좋은 쌀 고르는 법, 어디서 좋은 쌀을 살 수 있는지, 어떤 쌀이 좋은 쌀인지, 맛있는 밥 짓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한 사항이 많다.
쌀 소비량은 급격히 줄고 있지만, 밥 한 끼는 제대로 먹겠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점점 강해진다.
"밥집인데 기본적으로 밥은 좋아야지요?"라고 이야기하면 변명하기 힘들다. 밥집이니 밥은 맛있어야 한다. 당연하다.
한식은 '밥'상이다. 쌀 소비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여전히 밥상의 주인은 이름 그대로 '밥'이다. 🍚
식당 주인 중 상당수는 가격을 높이 주면 좋은 쌀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쌀, 벼의 세계는 그리 간단치 않다. 대부분이 흘려 버릴 법한, ‘쌀’ ‘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조선시대의 곡식 다양성과 '쌀'의 역사
우리가 이른바 ‘쌀’로 밥을 먹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북한은 여전히 ‘이밥에 고깃국’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쌀 대신 옥수수다.
조선 시대에는 잡곡을 먹기도 하고 쌀과 닮은 여러 곡물도 먹었다. 조선 시대, 곡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었다. 정곡(正穀)과 잡곡(雜穀)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사전에는 “쌀, 찹쌀 이외에는 모두 잡곡”이라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쌀 이외에도 쌀로 부르는 곡식은 여럿 있었다.
📜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의 “경세유표 제12권 지관수제 창름지저3”의 일부다. 정곡과 잡곡의 종류, 곡식의 종류를 정확하게 기록했다.
정곡 여섯 가지는, 첫째 대미(大米: 즉, 볍쌀), 둘째 소미(小米: 즉, 좁쌀), 셋째 벼(租: 즉, 稻), 넷째 조(粟=속: 즉, 稷=직), 다섯째 대맥(大麥), 여섯째 대두(大豆)이다(벼 중에는 혹 산도(山稻)라는 것이 있고, 조 중에는 혹 늦차조가 있음). |
잡곡 여섯 가지는, 첫째 패자(稗子: 吏文에는 잘못 稷이라 함), 둘째 수수(薥黍: 이문에는 그릇 唐이라 함), 셋째 귀밀[雀麥: 이문은 그릇 耳牟라 함], 넷째 메밀[蕎麥: 이문에는 잘못 木麥이라 함], 다섯째 소맥(小麥: 이문에는 그릇 眞麥이라 함), 여섯째 소두(小豆: 녹두는 진제(賑濟)와 군량 양쪽에 마땅한 데가 없으니 그 이름을 열두 가지 중에서 없앰이 마땅함)이다. |
정곡은 대미(쌀), 소미(좁쌀), 벼(예전 멥쌀), 조[粟, 속, 기장으로 추정], 대맥(보리), 대두(콩) 등이다. 산도(山稻)는 산간 지방의 건조한 밭에서 기르는 오늘날의 밭벼와 닮은 것으로 추정한다.
잡곡은, 패자(피), 촉서(수수). 귀밀(귀보리), 교맥(메밀), 소맥(밀), 소두(녹두) 등이다.
현재 우리가 먹는 쌀은 대미다. 또한, 좁쌀, 메밀 쌀, 기장, 보리 등 다른 잡곡도 널리 '쌀=정곡'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산 정약용의 시대, 즉 정조대왕이 통치하던 18세기 후반은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였지만 이 시대에도 '이밥에 고깃국'은 여전히 힘들었다.
따라서 쌀만이 일용한 곡식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쌀 대신 보리, 좁쌀, 기장, 콩 등의 잡곡을 사용하여 밥을 지었다.
메밀도 일상적인 '밥의 재료' 곡물이었다. 메밀은 흉년에 먹는 구황작물이지만, 일상적으로 재배하고 식량으로 삼았던 중요한 곡식 중 하나이다. 👨🌾
메밀의 거친 껍질을 벗기면 '메밀 쌀'이 되는데, 강원도 등 산간지역에서는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메밀을 주요한 곡물로 여겼다.
따라서, 쌀만이 일용하는 곡식으로 여겨지지 않고, 보리, 좁쌀, 기장, 콩 등 다른 잡곡도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다.
쌀은 끝없이 진화, 변화, 발전한다
오늘날 우리가 쌀로 여기는 것은, 조선 후기 이앙법(移秧法)의 보급으로 생산량이 늘어났다.
벼를 재배하는 방법에는 직파법(直播法)과 이앙법이 있다.
논에 바로 씨앗을 뿌리면 직파, 모내기하면 이앙법이다. 🌾
조선 초, 중기에는 직파법이, 조선 후기에는 이앙법이 널리 퍼졌다. 이앙법을 거치면서 쌀 생산량은 늘어났다. 지금도 이앙법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여러 가지 품종의 쌀을 이야기한다. 모두 근대화 이후의 품종이다.
아키바레(추청미, 秋晴米)부터, 이천 쌀, 여주 쌀, 김제 쌀처럼 특정 지역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알찬미’, ‘삼광’, ‘신동진’, ‘일품’, ‘철원 오대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쌀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장립종(長粒種, Indica rice)과 단립종(短粒種, Japonica rice)이다.
우리가 먹는 쌀은 단립종이고,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것은 장립종이다. 끈기가 없다.
세계적으로 단립종 쌀 생산•소비는 전체 쌀 중 10% 정도다. 한국, 일본, 중국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립종을 소비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가 먹는 쌀을 먹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단립종은 소수 품종이다. 유럽, 동남아 일대, 대부분 중국 지역은 장립종을 소비한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맛있는 쌀'은 아키바레 종이다. 물론, 단일종이다.
아키바레는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1955년 일본 혼슈의 아이치[愛知]현에서 개발되어 한반도로 들여왔다.아이치현은 나고야시(名古屋市)로 알려진 곳이다.
아키바레는 원래 초밥용 쌀로 개발되었으나, 일본에서는 병충해 등으로 오래지 않아 재배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키바레 품종은 한반도로 들어온 후 '맛있는 쌀'로 인정받았다. 현재도 아키바레를 내세우는 쌀이 많다.
하지만, 현재의 아키바레는 초기 개발된 아키바레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땅의 성질이나 바람, 물, 기온, 농사법에 맞는 쌀 품종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달라지고 있기에 쌀 품종도 계속 변화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아키바레, 고시히카리, 사사니시키를 외칠 일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천, 여주, 안성 일대가 이른바 '아키바레' 관련 품종과 어울린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키바레는 오히려 맛없는 쌀로 변한다.
물론, 경기 북부, 강원도의 평야 산간 지대에서는 그에 맞는 품종이 따로 있다. 따라서, 아키바레가 인기가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심어서는 낭패를 보는 수도 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아키바레가 좋다고 무턱대고 아키바레만 찾으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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